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세계 최초로 공식 출하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패키징까지 다 할 수 있는 삼성전자만의 강점을 살려 업계 최고 동작 속도와 전력 효율성을 구현한 ‘승부수’가 통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12일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양산 출하했다고 발표했다. 삼성 HBM4의 동작 속도는 초당 11.7기가비트(Gb)로 엔비디아 요구 수준(초당 11Gb)을 웃돈다. 최고 동작 속도는 초당 13Gb를 기록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이번에 출하한 HBM4는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최첨단 패키징 공정을 거쳐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들어간다. 베라 루빈은 올해 하반기 공식 출시된다. 시제품은 다음달 엔비디아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여는 개발자 대회 ‘GTC 2026’에서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서 ‘HBM4 출하를 서둘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HBM4 성능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덕분에 빠른 납품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양산 과정에서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는 HBM4E(7세대 고대역폭메모리)와 ‘고객 맞춤형 HBM’(cHBM)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6.44% 오른 17만8600원에 마감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HBM4 공식 출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했다.
엔비디아 기준 11Gb 크게 웃돌아…에너지 효율도 40% 개선돼
삼성전자가 12일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출하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사진)는 ‘근원 기술력 회복’의 상징과 같은 제품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납품 경쟁에서 경쟁사에 밀린 삼성전자는 HBM4 개발에 나설 때부터 반도체 표준기구 JEDEC의 동작 속도 기준(초당 8Gb)을 웃도는 성능 목표를 설정했다.HBM4의 성능을 좌우하는 코어다이에 최첨단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6세대(1c) D램을 적용하고,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다이 제작엔 4㎚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결과 삼성 HBM4의 동작 속도는 JEDEC 기준을 46% 웃도는 초당 11.7Gb를 안정적으로 구현했다. 최고 속도는 초당 13Gb를 기록했다.
최근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저전력’ 성능도 확보했다. HBM4는 HBM3E 대비 데이터 입출력 단자가 두 배(1024개→2048개)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전력 소모와 열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코어다이로 쓰이는 1c D램에 저전력 특화 설계와 전력분배네트워크(PDN) 최적화 기술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효율을 40% 개선했고 방열 성능도 약 30% 높였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 담당(부사장)은 “최첨단 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재설계 없이 안정적인 수율과 최고 성능을 확보했다”며 “인공지능(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심해지는 데이터 병목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설계,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HBM 관련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는 점을 앞세워 최고 수준의 HBM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는 올 하반기, 고객 맞춤형 고대역폭메모리(cHBM)는 내년 상반기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 공급을 시작한다.
차세대 HBM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경기 평택 4·5공장을 중심으로 1c D램 라인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 양산 과정에서 확보한 1c D램의 품질 안정성은 HBM4E, cHBM으로의 전환 과정에서도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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