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을 얼마나 더 잘 쌓고, 얇고 균일하게 막을 씌울 수 있느냐가 화두입니다.”‘세미콘코리아 2026’(사진) 둘째날인 12일 국내 주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총출동했다. 참가 기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 3차원(3D) D램, 첨단 패키징 등 차세대 공정 변화에 맞춘 신제품을 선보였다. 그간 해외 기업에 100% 의존해온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장비 시장에도 국내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엔 칩을 더 가까이 모으고 쌓는 고집적·적층 솔루션이 주목받았다. D램을 수직으로 쌓은 뒤 붙이는 ‘본딩’ 기술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한미반도체는 HBM5 이후 세대를 겨냥한 ‘와이드 TC본더’를 처음 공개했다. 와이드 TC본더는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D램 칩 하나가 차지하는 물리적인 공간인 다이(die) 면적이 넓어지는 차세대 HBM 구조에 맞춰 수율과 접합 안정성을 높인 장비다. 한미반도체는 이 장비를 통해 미세 본딩 기술 경쟁의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메스는 칩을 쌓을 때 ‘돌기(범프)’ 없이 직접 포개 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소개했다. 삼성전자의 최첨단 패키징 공정에 투입된 첨단 기술이다.
원익그룹은 HBM4와 3D D램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최신 공정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소부장 솔루션을 선보였다. 전공정 증착 장비에 특화된 원익IPS는 초미세 박막 증착용인 제미니(GEMINI) 시리즈를 내놨다. 이 밖에 원자층증착(ALD)과 플라스마 강화 화학기상증착(PECVD) 장비를 소개했다.
반도체 특수가스 전문업체인 원익머트리얼즈는 400단 이상 차세대 낸드 공정에 활용될 식각 가스 육불화몰리브덴, HBM 제조의 핵심 공정인 실리콘관통전극(TSV)용 식각 가스(요오드헵타플루오라이드)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검사 장비 업체도 차세대 반도체 수율을 좌우할 신기술을 발표했다. 넥스틴은 차세대 3D 공정에 특화된 검사 장비 아이리스(IRIS)-III를 선보였다. 기존 광학 방식으로는 탐지가 불가능한 내부 결함을 적외선(IR) 기반의 비파괴 검사 기술로 해결한 장비다. 펨트론은 특수 광학계를 통해 HBM 웨이퍼 표면의 미세 결함을 찾아내는 HBM 검사 장비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반도체 공정의 ‘새 전장’으로 떠오른 전력반도체 분야도 관심을 받았다. 앞서 증착 장비 업체 테스는 웨이퍼 위에 SiC 박막 결정을 성장시키는 전력반도체용 CVD 장비 트리온을 출시했다. 독일 엑시트론, 이탈리아 LPE 등이 장악한 전력반도체 장비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세미콘에선 SiC에 비해 낮은 전압 환경에 최적화한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 공정 장비를 처음 공개했다. 서동식 테스 부사장은 “반도체 기판 결정 구조를 질서 있게 위로 쌓는 ‘에피 성장’마다 두께와 도핑의 정밀한 제어가 요구되는 기술”이라며 “글로벌 기업보다 앞선 기술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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