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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라. 하지만 비스듬하게 [고두현의 아침 시편]

입력 2026-02-13 01:02  

모든 진실을 말하라. 하지만 비스듬하게
에밀리 디킨슨

모든 진실을 말하라. 하지만 비스듬하게-
성공은 에둘러 가는 데 있다.
우리 허약한 기쁨엔 너무 밝다.
진실은 엄청난 경이로움이니
어린아이에게 친절히 설명하면
번개를 무서워하지 않듯
진실도 차츰차츰 광채를 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눈이 멀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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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시는 진실을 전달하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핵심은 모든 진실을 말해야 하지만, 듣는 사람이 수용할 수 있도록 ‘비스듬하게 말하라’는 것입니다.

진실은 때로 번개처럼 번쩍입니다. 번개는 어둠을 가르지만, 정면으로 마주 보면 눈이 멉니다. 그래서 시인은 어린아이에게 번개의 원리를 친절히 설명해 주듯이 진실도 “차츰차츰” 광채를 발하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에밀리 디킨슨이 살던 19세기는 진실이 “엄청난 경이로움”으로 솟구친 시대였습니다. 증기기관과 철도는 시간을 압축했고, 공장은 일과 삶의 형식을 바꿨으며, 전신(電信)은 멀리 있는 소식을 번개처럼 당겨줬습니다. 이렇게 급격한 변화는 세계를 이해하는 사고의 틀 자체를 뒤흔들었습니다.

그 흔들림 속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진실을 ‘알아야’ 했고, 동시에 그 과정을 ‘견뎌야’ 했습니다. 진실은 발견되는 순간 완성되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언어로 번역되어야 비로소 살아 움직이지요. 디킨슨의 “비스듬하게”는 바로 그 번역의 각도, 설득의 각도를 의미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진실을 정면으로 말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진실을 에둘러 전했습니다. 그 각도가 은유와 우화였지요. 진실을 곧바로 말하면 죽거나 추방되던 시대에 우화는 수많은 은신처를 제공했습니다. 이솝 우화에서 동물들은 인간의 얼굴을 대신했습니다. 왕과 귀족을 직접 비판할 수 없을 때 여우와 늑대의 이야기는 안전한 그릇이 되었습니다.

‘정면의 진실’과 ‘비스듬한 진실’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정면의 진실은 칼날과 같습니다. 명료하고 시원합니다. 그러나 칼날은 상처를 냅니다. 정면의 진실이 칼이라면, 비스듬한 진실은 칼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칼을 숨기려는 게 아니라 칼이 살아남게 하려는 것이지요. 비스듬한 진실은 빛이기도 합니다. 빛은 방향을 바꾸거나 커튼을 통과하며 느리지만 넓게 퍼집니다.

상대를 굴복시키려면 정면의 진실이 편하겠지만, 상대를 살리고 함께 건너가려면 비스듬한 진실이 필요하겠지요? 진실이 ‘우리가 더 나아지기 위한 길’이 되는 순간 그것은 등불이 되고 빛이 됩니다. 디킨슨은 그 빛으로 진실을 비추는 각도를 우리에게 보여줬습니다.

그의 조언을 우리 일상에 적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첫 번째는 ‘사실보다 먼저 마음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말하려는 건 진실인가, 분노의 배출인가”하고 자문해 보는 것이지요.

다음은 ‘한 문장만 먼저 말해보기’입니다. 큰 진실을 한꺼번에 들이붓지 말고 첫 문장 하나만 우선 건네는 방식이지요. 상대의 눈이 반짝이면 다음 문장을 이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적절한 비유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번개를 정면으로 보지 말고 창문에 비친 빛으로 보자.” 이런 비유 하나가 대화를 살릴 수 있을 겁니다. 비유는 회피가 아니라 다리니까요.

상대가 이해한 것을 말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진실을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확인’이라는데, “제가 말한 걸 어떻게 들으셨어요?”라고 물어보는 것, 이 질문 하나가 진실의 각도를 더 잘 맞출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디킨슨의 시는 짧지만, 오래 읽을수록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오늘의 대화 하나, 고백 하나, 충고 하나가 그 안에 비스듬하게 누워 있기 때문이지요. 진실은 결국 말해져야 하지만, 그것이 대립과 상처를 부른다면 진실의 승리가 아니라 관계의 폐허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디킨슨은 진실을 전하는 방식이 늘 부드러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번개를 아이에게 설명하듯이, 너무 눈부시지 않게, 그러나 결국에는 하늘의 빛을 이해하게 말이지요. 그 순간부터 진실은 이미 비스듬해집니다. 그 비스듬함이야말로 어쩌면 진실을 전달하는 가장 인간적인 각도인지 모릅니다.


■ 고두현 시인 :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오래된 길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볼 때』 등 출간. 김달진문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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