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로밍해야 하는데…."(유재석) "와이프는 현지 유심 쓰던데?"(지석진) 최근 한 방송에서 나온 유재석과 지석진의 대화는 해외여행을 앞둔 한국인들의 고민을 보여준다. 설정이 간편하고 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는 '로밍'이냐, 다소 번거롭더라도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해외선불 'SIM(심)' 방식이냐의 선택이다. 14일 본격 시작되는 설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 가는 이들이 늘면서 로밍과 심 방식이 어떻게 다르며 가격차는 왜 생기는지 새삼 궁금증이 인다.

30대 여성 윤모 씨는 "해외여행에 나가면 전화를 할 일도 별로 없고, 꼭 해야 한다면 보이스톡 기능을 사용한다"며 "웬만하면 현지 유심이나 e심을 사서 끼운다"고 했다. 반면 60대 여성 이모 씨는 "현지 유심을 사거나 e심을 사는 게 저렴하다곤 하는데, 괜히 번거롭고 방법도 어려워 마음 편히 로밍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세대에 따라 데이터 이용 방식이 갈리는 분위기다. 컨슈머인사이트의 2024년 상반기 조사에서도 해외 데이터 이용 방식은 '심(유심·e심) 구입'이 42%로 가장 많았고, 통신사 로밍은 33%로 뒤를 이었다. 특히 연령대별 차이가 있어 20~30대는 심 방식 선호가 두드러진 반면 50~60대는 로밍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심 방식은 20대(56%), 30대(61%) 이용률이 높아 40대(38%), 50대(29%), 60대 이상(22%)을 압도했다. 이에 비해 통신사 로밍은 50대(43%)와 40대, 60대 이상(각각 40%)에서 높았으나 30대(24%), 20대(20%)는 현저하게 낮았다.
저렴한 비용과 e심 확산이 선택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이용자가 지출한 하루 평균 비용은 심 방식이 3096원으로 통신사 로밍(5343원)에 비해 42% 쌌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통신사 로밍은 간편하지만 비싸고 유심은 저렴한 대신 편의성이 떨어졌다면 e심은 저렴한 가격에 편의성까지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통신사가 제공하는 로밍 요금은 왜 유심·e심 수준으로 내려가기 어려울까. 업계는 로밍 원가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국제망사용료(Inter-Operator Tariff·IOT) 협상 구조를 꼽는다.로밍은 한마디로 해외 통신사 망을 '빌려 쓰는 서비스'다. 한국 이용자가 해외에서 데이터를 쓰면(아웃바운드) 국내 통신사는 현지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 반대로 외국인이 한국에서 데이터를 쓰면(인바운드) 해외 통신사가 국내 통신사에 사용료를 낸다. 이때 적용되는 단가가 IOT다. IOT는 로밍 이용량에 따라 양국 통신사끼리 정산하는 도매 단가로, 국내 통신사는 이를 토대로 로밍 원가를 산정해 요금에 반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대국 망을 쓰는 이용자 규모가 비슷해야 단가 협상에서 유리한데, 한국은 아웃바운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 구조적으로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인바운드 트래픽이 큰 중국 같은 국가는 이를 바탕으로 도매대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과거 로밍 관련 보고서에서 IOT가 인바운드·아웃바운드 통화량 차이(traffic balance) 등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반면 유심·e심은 가격 형성 구조 자체가 다르다. 로밍이 통신사 간 계약을 통해 망을 도매로 빌려와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유심·e심은 이용자가 현지 통신사의 '소매 고객'이 되는 형태다. 현지 시장 내의 치열한 경쟁이 반영된 요금제를 그대로 적용받는 데다, 국내 번호 유지나 정산 등 로밍에 수반되는 추가 운영 비용이 적어 체감 요금이 더 낮아지는 구조다.

이처럼 심 이용 방식이 늘고 있지만 로밍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스마트폰 설정이나 개통 과정이 번거로운 이용자, 해외에서도 국내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를 놓치기 어려운 이용자에게 로밍은 여전히 선택지로 남는다. 업계에서는 시니어층과 업무 목적 출장이 많은 이용자층이 로밍을 꾸준히 사용하는 배경으로 '편의성'과 '번호 유지'를 꼽는다.
통신사들도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과금되는 종량제가 아닌 정액형(QoS) 상품을 앞세워 비싸다는 인식을 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정 데이터 소진 이후에도 속도를 제한해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 가족 중 1명만 가입하면 데이터를 함께 쓰는 형태의 결합 요금제 등이 대표적이다. 현지 유심과의 가격 격차를 줄이면서 유심 교체 없이 바로 쓰는 편의성을 강조한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공시 방식이 달라 로밍의 매출 기여도를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통상 전체 매출의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로밍 서비스 매출의 상당 부분은 해외 통신사에 지급되는 정산 비용으로 사용된다. 통신사 입장에서 로밍의 이익 기여는 제한적인 편"이라고 부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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