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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언니를 응원"…최가온·클로이 김 '돈독한 우정' [2026 밀라노올림픽]

입력 2026-02-13 10:16   수정 2026-02-13 10:19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최가온과 클로이 김의 돈독한 우정이 눈길을 끈다. 스노보드 꿈을 키우게 한 '우상' 클로이 김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은 "당연히 제가 1등을 하고 싶었지만, 저도 모르게 클로이 언니를 응원하고 있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최가온은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 클로이 김(미국·88.00점)과 오노 미츠키(일본·85.00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가온은 이날 1차 시기에 크게 넘어지며 부상 우려를 낳았지만, 마지막 3차 시기에 완벽한 연기를 펼쳐 역전극을 썼다.

최가온의 금메달은 이 종목의 '최강자'인 클로이 김을 꺾으며 더욱 관심을 모았다. 클로이 김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2018 평창, 2022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땄다. 어깨 부상에도 예선에서 90.25점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한 클로이 김은 3차 시기 도중 넘어지면서 최가온에게 밀려 은메달을 손에 쥐었다.

최가온은 9세 때부터 클로이 김과 알고 지냈다고 한다. 최가온은 클로이 김을 롤 모델로 우러러보며 세계적인 선수가 됐고, 클로이 김은 최가온을 동생처럼 아낀다. 한국계 미국인인 클로이 김이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해 경기 내용에 관한 것부터 경기 외적인 이야기까지 주고받으며 사이가 돈독해졌다는 후문이다.

이번 올림픽 기간 기자회견에서도 클로이 김은 "가온이를 아주 어릴 때부터 봐왔고 정말 좋아한다. 이런 큰 무대에서 그를 보는 건 정말 감회가 새롭다"며 "(최가온을 볼 때) 가끔은 거울로 나와 우리 가족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고 각별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클로이 김이 최가온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일도 있다. 최가온이 선수 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해외 훈련 중 부상당하자 같은 곳에 있던 클로이 김이 통역해주며 도왔고, 밥도 함께 먹으며 여러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지금의 최가온을 있게 한 스승인 미국 매머드 마운틴의 스노보드·프리스타일 스키 디렉터 출신인 벤 위스너 코치도 클로이 김 아버지의 소개로 연결돼 이번 올림픽까지 최가온과 함께했다.

클로이 김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최가온은 "경기를 마치고 (클로이 김) 언니가 '나 이제 은퇴한다'며 무척 좋아하더라. 진짜인 것 같았다"며 "너무나 우상이다 보니 정말 좋아하고 응원도 해서 조금 느낌이 이상하긴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올림픽에서 3연패 달성은 이루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동생과 함께 시상대에 선 클로이 김은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다.

클로이 김은 "가온이는 '마이 베이비'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정말 자랑스럽다"며 "내가 멘토들을 넘어뜨렸을 때 그들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것 같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인데, 정말 특별한 순간"이라고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이어 "제가 영원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훌륭한 선수들의 손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이 기쁘다"는 클로이 김은 "제 멘토들처럼, 저도 가온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가온은 이번 금메달로 한국 설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스노보드 종목 최초의 아시아 여성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역대 올림픽 스노보드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딴 건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 히라노 아유무(일본)가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딴 게 유일하다. 스노보드 여자부에선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다케우치 토모카(일본·평행대회전), 2018년 평창 대회에서 류지아유(중국·하프파이프)가 은메달을 땄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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