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상징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주인이 바뀔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8년 동안 수조 원을 들여 고친 이 호텔을 팔기 위해 주관사를 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관리하는 다자보험이 부동산 투자은행인 이스트딜 시큐어드를 통해 호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자보험은 과거 안방보험이 보유했던 자산을 물려받아 운영 중인 기업이다. 다자보험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호텔 매각을 위한 마케팅을 시작할 계획이다.
월도프 아스토리아는 뉴욕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유서 깊은 랜드마크 호텔이다. 지난 2014년 안방보험은 힐튼 그룹으로부터 이 호텔을 19억5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호텔 매입가로는 역대 최고가였다. 이후 안방보험은 2017년 호텔 문을 닫고 건물 전체를 뜯어고치는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예상보다 기간이 훨씬 길어져 8년 만인 지난해에야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호텔 객실은 기존 1400개에서 375개로 크게 줄었다. 대신 호텔 윗부분은 372실 규모의 최고급 아파트(콘도)로 개조했다. 이번 매각 대상에는 호텔과 식당, 각종 부대시설 등이 포함되며 아파트는 별도로 계속 분양될 예정이다.
다자보험은 호텔 인수와 공사비, 금융 비용 등으로 총 40억 달러(약 5조40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호텔 매각 가격은 10억 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들어간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사실상 손해를 보고 파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다자보험이 투자한 돈을 모두 회수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손을 떼는 움직임은 뚜렷해지고 있다. 미·중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해외 자산을 정리하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외에도 뉴욕의 주요 대형 빌딩들이 중국 자본에서 다른 나라 자본으로 주인이 바뀌고 있다. 이번 호텔 매각에는 중동이나 아시아의 큰손인 국부펀드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힐튼 그룹과의 관계는 유지된다. 힐튼은 안방보험에 호텔을 팔 당시 100년 동안 호텔 운영을 맡기로 계약했다. 따라서 주인이 바뀌더라도 호텔의 이름과 운영 방식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매각이 최근 뉴욕 럭셔리 호텔 시장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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