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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I의 시대, 기술로 격차를 만든다 [EY한영의 비욘드 뷰]

입력 2026-02-13 09:58  

이 기사는 02월 13일 09: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오늘날 기업 경영은 더 이상 안정적 궤도 위에서 선형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불확실성은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고, 예측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변화는 가속화되고, 변동성은 일상화되었으며, 산업과 시장은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과거의 선형적 성장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예측불가성(Nonlinear), 가속성(Accelerated), 변동성(Volatile), 상호연결성(Interconnected)이 지배하는 ‘NAVI의 시대’에 들어섰다.

이 같은 NAVI 환경 속에서 기존 경영 방식은 한계에 도달했다. 고객의 이탈 속도는 빨라지고, 공급망은 예기치 못한 충격에 취약하며, 금리·환율 등 금융 환경의 변동성은 상시적으로 관리해야 할 조건이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NAVI 환경을 돌파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중심의 세 가지 전략적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첫째,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기술 기반 신사업에 자본을 집중 투자하며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저궤도 위성,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이 핵심 투자 대상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각국 정부와 자본시장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트레이드얼러트(GTA)에 따르면 주요국 정부 보조금의 60% 이상이 기술 중심 산업에 투입되고 있으며, 피치북(PitchBook) 자료에서도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첨단 기술 투자 비중이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행보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테슬라는 모델S와 모델X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재사용 로켓, 군용 위성, 에너지저장장치(ESS)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신속히 확장하고 있다. 단순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기술 생태계 기업으로의 정체성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AI와 인간의 역량을 결합함으로써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EY한영이 올해 1월 국내 기업 경영진 2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AI 도입을 통해 ‘운영 효율성 제고 및 비용 절감’을 체감하고 있다는 응답이 75%에 육박했다.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NAVI의 시대에서 생산성을 재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 모더나는 AI가 촉발한 변화를 과감한 조직 혁신으로 이어갔다. 기존에 가장 연관성이 적었던 인사부서와 기술부서를 통합해 CPDTO(Chief People and Digital Technology Officer) 조직을 신설한 것이다. 이러한 조직 개편은 AI와 인간의 역할 체계를 재설계하기 위한 것으로, AI가 분석·감지·예측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인간은 검증·대응·의사결정 역할에 집중하도록 구성했다. 그 결과 2024년 전년 대비 운영비용(OPEX) 25% 절감과 수작업 오류 80% 감소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셋째, 기업들은 핵심 의사결정 체계에도 AI를 깊숙이 내재화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74%가 동료 임원의 의견보다 AI의 조언을 더 신뢰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이사회 결정에 대해서도 AI가 수정 의견을 제시할 경우 이를 수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비율이 절반에 이른다.

이처럼 글로벌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는 생산 계획 수립부터 매장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AI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세전 영업이익 15.4% 증가와 투자자본수익률(ROIC) 2.1%p 상승이라는 실질적 재무적 성과를 입증했다.

EY한영 설문조사에서 국내 기업 경영진은 2026년 기업 운영의 최대 리스크로 ‘경기 둔화 및 경제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고금리와 지정학적 갈등,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 요인이 중첩된 작금의 상황에서 경영 불확실성은 단기적 변수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NAVI의 시대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혼란이 깊어질수록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판단 체계와 자동화된 실행 역량은 경쟁 우위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AI 투자는 더 이상 비용 항목이 아니다. 기업 경영 체계를 재설계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혼란의 시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결국 ‘AI를 얼마나 깊이 있게 조직에 내재화 했는가’에서 갈릴 것이다. 지금은 AI 도입 여부를 고민하기 보다는 AI를 기반으로 기업 경영 전반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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