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일대는 가족을 소재로 한 창작 공연으로 연휴 관객을 끌어들인다. 서울 종로구 소재 티오엠(TOM) 1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로빈'은 재난 이후 우주 벙커에 머무는 아버지와 사춘기 딸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방사능을 피해 지구를 떠난 설정이라는 SF적 장치를 활용하지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극히 현실적이다. 극한 상황 속에서 가족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지탱하는가라는 물음이 중심에 놓인다. 영상 기술과 음악을 적극 활용한 무대는 젊은 관객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명절이 가족 간의 거리를 좁히는 시간이 되듯 작품 역시 갈등에서 출발해 이해와 화해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아 연휴 분위기와 어울린다.

어린이와 함께 관람하면 좋을 작품으로는 대학로의 중형 극장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긴긴밤'이 있다. 동명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멸종 위기 동물인 흰바위코뿔소와 작은 펭귄의 여정을 통해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화려한 자극 대신 차분한 서사와 음악으로 감동을 이끌어내는 점이 특징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관람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명절 시즌과 어울린다는 평가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들도 설 연휴 공연을 이어간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모든 무대연출을 아날로그식으로 재현한 뮤지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어린이와 함께 볼만한 웰메이드 작품. 일본과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를 휩쓴 오리지널 투어의 열기가 서울에서도 이어지는 중이다. 800만 신들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온천이자 마녀 유바바가 지배하는 세계에 오게 된 소녀 치히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는 뮤지컬 '비틀쥬스'와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물랑루즈!'는 화려한 무대 연출이 백미인 뮤지컬로, 모두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비틀쥬스'는 지옥에서 인간 세상으로 쫓겨난 유령 비틀쥬스가 엄마를 여읜 반항 소녀 리디아와 얽히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물랑루즈!'는 1980년대 파리 몽마르뜨르의 클럽 캬바레에서 벌어지는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뮤지컬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설 분위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장르는 전통 예술이다. 국립무용단은 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2026 축제'를 공연한다. 이 작품은 국립무용단의 대표적인 명절 레퍼토리로 한 해의 세시풍속을 춤으로 풀어내는 구성이 특징이다. 정월대보름의 강강술래, 한식의 살풀이춤, 사월초파일의 승무, 단오의 군자지무, 유두의 검무, 백중의 장고춤, 추석의 보듬고, 동지의 고무악까지 이어지며 우리 삶의 시간표를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축제는 특정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기보다는 전통 춤의 미학과 공동체적 정서를 집약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장단이 고조될수록 무용수들의 군무가 무대를 가득 채우고, 절제된 동작 속에서는 한국 춤 특유의 여백과 호흡이 살아난다. 명절의 흥겨움과 동시에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겹쳐지며 설 연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설 당일(17일)에는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이 예악당에서 '설 마중 가세'를 마련한다. 정악단의 궁중음악 '수제천'을 시작으로 민속악단의 비나리와 민요 연곡, 무용단의 부채춤과 판굿·장구춤, 창극단의 단막 창극까지 국악의 다양한 갈래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공연은 '설을 맞이하는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돼 새해의 기운을 북돋우는 무대로 꾸며진다.
국악원은 공연 당일 야외 공간에서 전통놀이와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할 예정이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의 참여가 기대된다. 공연 관람과 체험 활동을 결합한 형태는 명절 특유의 공동체적 분위기를 공연장 안팎으로 확장시킨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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