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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서 실행으로…K바이오의 도전 과제 [삼일 이슈 프리즘]

입력 2026-02-13 10:25  

이 기사는 02월 13일 10: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HC 2026)’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올해 컨퍼런스의 핵심은 단순히 '혁신 기술이 많아졌다'는 차원을 넘어서 '혁신이 실제 딜과 실행 전략으로 연결되는 방식이 구체화됐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특허 만료에 따른 성장 공백에 직면한 글로벌 빅파마들이 자산과 기술을 더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 라이선스인, 볼트온 딜 등을 적극 활용하려는 기조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또한 중국 바이오텍이 혁신 기술의 원천으로 부상하기 시작했으며 인공지능(AI) 내재화, 비만·대사 치료제의 전례 없는 매출 성장세, 생산 인프라(CDMO) 경쟁 심화 등의 복합적인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올해는 거시 환경의 안정성과 전략 실행의 긴박함이 동시에 부각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금리, 관세, 정부정책 등 주요 변수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투자자와 기업들은 그동안 관망 모드에서 벗어나 성장 가속과 포트폴리오 재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산업의 거래 유형 역시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프라인을 리프레시하는 초기 임상단계 플랫폼 딜부터, 치료 영역을 확장하고 매출 확대와 특허/지적재산권(IP) 기간 확보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후기 단계 자산 거래까지 M&A를 통한 포트폴리오 업그레이드와 성장을 겨냥한 거래구조·유형의 다변화 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선언적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글로벌 빅파마가 올해 딜에서 중시하는 조건을 얼마나 충실하고 빠르게 실행시킬 수 있는지에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실행 과제는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단순히 'AI를 쓰고 있느냐'가 아니라 'AI가 조직의 기본 작동방식으로 설계돼 있느냐’다. AI는 이제 특정 부서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보조도구 수준을 넘어섰다. 신약 개발 전체 과정과 회사 운영 전반에서 속도를 높이고 정확도를 개선하며 의사결정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핵심 기반시설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AI를 특정 팀이나 부서의 개별 프로젝트로 접근하지 말고, 신약 연구개발부터 임상시험, 제조·품질관리, 상용화, 규제 준수까지 모든 단계에 AI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통합 운영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둘째, 글로벌 대형 제약회사들이 선호하는 것은 '정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신약이다. 올해는 신약 후보물질이 얼마나 좋은 잠재력을 가졌는지보다, 실제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할 가능성이 높은지, 기존 치료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환자에게 가장 잘 듣는지를 정확히 파악했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국내 기업들은 처음부터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효과 측정 가능한 바이오마커 찾기 △환자 세밀하게 분류하기 △임상시험 목표 설정하기 등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파트너들이 원하는 ‘데이터로 검증 가능한 신약 개발 계획서’를 빠르게 만들어내야 한다.

셋째,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하는 것보다 특정 치료 분야나 기술 플랫폼에서 남들과 차별화되는 핵심 자산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 특히 하나의 신약으로 얼마나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단순히 한 가지 질병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적응증으로 확장하고 1차 치료제로 진입하며 다른 약물과의 병용 가능성, 어떤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지 선별하는 전략까지 포함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사업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제조·공급망 안정성이 기업가치를 좌우한다. 올해는 대형 제약회사들이 특허 만료로 인한 매출 감소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에 동시에 직면하면서, 신약의 허가부터 출시까지 속도가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임상시험만 빨리 끝내는 것이 아니라, CMC(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역량)와 공급망의 안정성을 포함한 상용화 준비 수준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임상시험 계획과 동시에 제조 방법을 설계하고, 생산·품질 관리·규제 대응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디지털화해서 예상치 못한 일정 지연을 구조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이는 후기 임상시험과 상용화 단계로 갈수록 해당 신약이 얼마나 믿을 만한 투자 대상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마지막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추구하기보다 자신의 신약이 어느 단계에 있고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에 따라 거래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 특히 후기 임상시험과 상용화 단계에서 필요한 대규모 자금은 사모펀드나 구조화 금융 등 대체 자본을 활용해 미리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올해 말이면 앞으로의 10년을 선도할 차세대 제약·바이오 기업의 윤곽이 드러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개발(R&D)을 재정의하고 환자 경험을 재구상하며 운영 체계를 재설계하는 데 먼저 나서는 기업이 경쟁사를 앞서 나가고, 미래 사업기회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

혁신 이후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동일한 수준의 혁신 자산이 늘어나는 환경에서는 가치를 얼마나 빠르게 가시화할 수 있는지, 그 가치를 실제 성과로 실현할 수 있는지가 기업 간 격차를 만들어낸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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