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밸런타인은 없어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주교동 방산시장에서 베이킹 재료를 판매하는 60대 A씨는 '밸런타인데이 대목'이 있냐는 질문에 손을 휘저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밸런타인데이 특수가 없다는 의미였다.
방산시장에서 성수기 대목이 사라졌다. 방산시장은 초콜릿 재료 가게가 밀집해 있고, 가격도 저렴해 10년 전만 해도 '수제 초콜릿 메카'로 불렸다. 하지만 이날 방산시장 내 베이킹 재료 가게들이 몰려있는 골목은 한산했다. 지난달 말, 두바이 쫀득 쿠키 재료를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A씨는 "5~6년 전부터 손님이 확 줄었다"며 "원래 이 골목도 80%가 베이킹 재료 파는 가게들이었는데 지금 많이 나갔다"라고 이야기했다. A씨가 가리킨 45m 길이의 골목에는 베이킹 재료 가게보다 포장·패키지 가게가 더 많았다.
현재 방산시장에 베이킹 재료 가게는 4곳뿐이다. 방산시장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50대 B씨는 "(베이킹 재료 가게는) 저기 있는 게 다"라며 "다른 골목에도 없다"고 전했다. 6만6961㎡ 규모의 방산시장에서 베이킹 재료 가게가 모여있는 곳의 면적은 730㎡뿐이었다.
베이킹 재료 가게 상인들은 매출 감소의 원인을 쿠팡 등 온라인쇼핑몰이라고 꼽았다. 베이킹 재료 가게 점주 60대 C씨는 "코로나19 이후에 손님들이 다 쿠팡으로 넘어갔다. 여기서 더 싸게 팔아도 쿠팡에 재료들이 다 있으니까 크리스마스도, 밸런타인 때도 오는 사람이 없다"며 "온라인 주문 건이 많으니까 오프라인이 죽는다"고 토로했다.
찾는 사람이 줄면서 매장 권리금도 사라졌다. C씨는 "5년 전에는 권리금도 붙었는데 지금은 없다. 지금 주변에 공실도 많지 않으냐"며 "저 앞 건물은 1층만 남아있다. 5년 전부터 계속 빈 상태"라고 전했다. 베이킹 재료 골목 주변에는 '임대' 표시가 붙은 1층 상가만 3곳 있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방산시장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0.5%였다. 같은 기간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9.8%로 더 컸다. 소규모 상가는 2층 이하·연면적 330㎡ 이하인 일반건축물을, 중대형 상가는 3층 이상·연면적 330㎡ 초과인 일반건축물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산시장 베이킹 재료 상인 중 몇몇은 쿠팡 등 플랫폼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품하면 택배비, 배달 퀵비도 모두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C씨는 "쿠팡은 수수료도 11%나 뗀다"며 "쿠팡에서는 광고를 안 해도 되니까 들어가긴 편한데 소상공인 같은 우리한테는 좀 불리하다"고 한숨 쉬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험소비 수요 자체는 바뀌지 않았으나 유통 생태계에서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나타난 변화"라며 "소비자기업간거래(B2C), 기업간거래(B2B) 모두 마찬가지다. 온라인상에서의 쇼핑 패턴을 역전시키기는 어렵다. 쿠팡 사태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분석했다.
방산시장 상인들의 시장 운영 전략을 세밀하게 좁힐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 교수는 "타겟을 정확하게 정해 전문 베이커리점을 주요 소비자층으로 잡거나 모든 재료를 다 갖춘 업체로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온오프 병행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판매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제안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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