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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 기 죽일 순 없죠"…'프리미엄 키즈' 역대급 호황 [트렌드노트]

입력 2026-02-14 11:22   수정 2026-02-14 12:41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워킹맘 이모 씨(30대)는 최근 입학 준비물을 마련하려다 예상보다 큰 지출에 당황했다. 10만원 안팎으로 생각했던 책가방 세트 가격이 20만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이 씨는 “예산을 최대 15만원 정도로 잡았는데 괜찮은 브랜드 제품은 20만원이 기본이더라. 학교 다니면서 입을 외투와 신발도 맞춰 사다 보니 순식간에 60만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처음 학교 가는 거니까 제대로 된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신학기를 앞두고 자녀 입학 준비에 나선 학부모들 지출이 늘고 있다. 고물가 속 가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우리 아이만 뒤처질 수 없다’는 심리가 작동하면서 신학기 관련 소비는 줄이지 않는 모습이다.


1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학기 수요를 겨냥한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노스페이스 키즈, 디스커버리 키즈 등 주요 아동 브랜드들은 초경량·에어메쉬 소재를 적용해 착용감을 높이고 방수·수납 기능을 강화한 책가방을 선보였다. 제품 가격대는 10만원대 후반부터 시작하며 20만원을 웃도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꾸미기 요소를 강화해 가방에 달 수 있는 인형 키링이나 비즈참 등 액세서리 구성을 강화하며 가격대가 더 높아지는 추세다. 휠라키즈는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해 책가방·신주머니·캐릭터 인형 키링 3종 세트를 24만9000원에 출시했다. 빈폴키즈도 금빛 장식에 인형 키링이 포함된 책가방ㆍ보조가방 세트를 23만9000원에 내놨다.

랄프로렌칠드런 같은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브랜드 제품의 경우 30만원대 중반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버버리칠드런을 비롯한 명품 아동 브랜드에서는 일부 제품 가격이 100만원을 넘기도 한다.

책가방뿐 아니라 외투, 운동화 등 신학기 필수품을 한꺼번에 마련하는 만큼 학부모들 지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는 “가방 하나만 사주자니 옷이 낡아 보이고, 신발까지 맞추다 보면 예상 지출의 서너 배는 우습게 넘어간다”며 “부담이 큰 건 사실이지만 다른 아이들은 다 신상을 사오는데 우리 애만 헌 물건을 들려 보내는 것 같아 무리해서라도 사주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심리가 반영된 덕분에 신학기 관련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빈폴키즈를 전개하는 삼성물산에 따르면 최근 선보인 프리미엄 여아 책가방 일부는 초도물량이 소진돼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휠라에서 출시한 산리오캐릭터즈 협업 상품도 일부 품목이 품절됐다.

백화점에서도 관련 매출이 일제히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신세계백화점의 아동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은 15%, 현대백화점도 15.9%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확인된다. 유아동 전문 쇼핑 플랫폼 보리보리에 따르면 최근 열흘(이달 1~10일)간 아동 의류와 신발 관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5%, 57% 증가했다. 가방 카테고리 매출 역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는 국내 유아동복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아동복 시장 규모는 약 2조6300억원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20년(1조8410억원)과 비교해 약 43% 늘어난 수치다. 유로모니터는 저출생 기조에도 프리미엄 수요 증가에 힘입어 관련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2조907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저출산 상황에서도 아동 관련 소비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배경에는 ‘내 아이만 기죽일 수 없다’는 부모들 심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브랜드와 디자인이 일종의 비교 기준이 되면서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적 인증 문화가 확산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비교와 경쟁에 대한 민감도가 서구권보다 높은 편인데, SNS 영향으로 그 정도가 더 커졌다"며 "타인보다 우월해지길 원한다기보다 평균에서 밀리지 않고자 하는 불안감, 즉 '손실 회피 심리'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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