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를 개발하며 일약 중국 과학기술계의 영웅으로 떠오른 량원펑. 그의 초기 경력은 우리의 인재 채용에 상징적인 질문을 던진다. 2010년 저장대 대학원 졸업 후 그는 청두의 한 임대주택에서 AI 알고리즘 연구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축적한 그 고독한 몰입과 집요함은, 훗날 글로벌 AI 경쟁의 판도를 뒤흔든 딥시크 탄생의 결정적 자양분이 됐다.
만약 방구석에서 수련을 마친 한국의 량원펑이 지금 우리 기업에 입사 지원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마도 서류 전형 단계에서 탈락해 면접장 문턱조차 밟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AI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주요 기업은 대규모 투자와 채용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신입사원 채용이 최근 몇 년과 비교해서는 모처럼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채용은 과거와 무엇부터 달라져야 하는가.AI 확산은 신입 사원의 성장 곡선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고성과자 선배들의 어깨너머로 몇 년에 걸쳐 배우던 암묵지와 노하우를 이제는 AI를 활용해 단기간에 흡수할 수 있게 됐다. 또한 AI는 신입사원이 담당하던 저숙련 반복 업무를 일부 대체하며 더 높은 수준의 과제를 이른 시점에 부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소수의 잠재력 있는 원석을 제대로 선별하기만 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조기 전력화가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문제는 이런 스펙이 점수화돼 자동 필터링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많은 지원자가 스펙 경쟁에 내몰린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은 막대하다. 우리 기업이 놓치고 있는 기회비용도 뼈아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밤을 새워 AI 도구들을 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미래를 탐구하는, 기존의 규격화된 잣대로는 알아보기 어려운 비정형 인재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단지 토익 점수와 자격증 한 줄이 없어서, 영문도 모른 채 인적성 검사에서 탈락해서, 혹은 해외 체류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시스템 밖으로 밀려난다. 아니, 어쩌면 우리 기업은 틀을 흔들 수 있는 미래의 혁신가보다는, 그저 시키는 일만 군말 없이 수행하는 순응형 인재를 내심 더 선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리콘밸리 채용의 핵심은 오래전부터 ‘코드 리뷰’였다. 실제 상황을 부여하고 코드를 짜게 하거나, 기존 코드를 어떻게 개선할지 묻는다. 이 과정을 통해 지원자의 사고 과정은 투명하게 드러난다. 다차원적인 구조화 면접을 더해 태도와 협업 능력을 검증한다. 그들이 보려는 것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다.
AI 시대의 원년으로 기록될 2026년, 정형화된 스펙 너머에 존재하는 지원자의 날것 그대로의 실력을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선발 기준과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방구석 AI 인재가 홀연히 세상 밖으로 나와 우리 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어쩌면 한국의 량원펑은 지금 이 순간에도 스펙 미달이라는 이유로 무심코 필터링되고 있을지 모른다. AI 시대의 첫 채용은 바로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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