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찻집 ‘아도’는 손님들에게 차 메뉴판 대신 ‘마음 처방전’을 내민다. 현재 내 기분을 적으면 그에 맞는 맞춤형 차를 추천해주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기쁨·슬픔·즐거움·미움 등 다양한 기분을 바탕으로 차를 매칭한다. 미움이라는 부정적 기분에는 안정감을 주는 ‘황차’를, 우울할 때는 기분을 끌어올리는 ‘홍차’를 제안하는 형태다최근 소비 시장에서는 이처럼 사용자의 심리 상태에 맞춰 서비스나 제품을 제안하는 ‘기분 큐레이션’이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큐레이션 방식이 과거 구매 기록과 개인적 취향 같은 객관적 정보에 의존했다면, 기분 큐레이션은 지금 이 순간 느끼는 주관적이고 가변적인 감정에 집중한다.
영상 콘텐츠 산업 역시 감정을 검색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2025년 4월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기분에 따른 콘텐츠 검색 기능을 테스트했다. 시청자는 장르와 출연진을 입력하는 대신 ‘위로가 필요한 밤에 볼 영화’나 ‘스트레스 풀리는 코미디’ 같은 정서적 키워드로 작품을 찾을 수 있다.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이 기능은 시청자의 고민을 ‘무엇을 볼까’에서 ‘내 기분에 무엇이 맞을까’로 전환시키며 콘텐츠 이용 행태를 변화시키고 있다.기술의 발전은 이런 감정 파악을 더욱 정교하게 하고 있다. 음성 인식 기술이 대표적이다. 인간 대화의 상당 부분은 비언어적 요소로 전달되는데, AI는 목소리 톤과 속도, 떨림 등을 분석해 실시간 심리 상태를 읽어낸다. 안면 인식 기술은 찰나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포착하고, 웨어러블 기기는 심박수와 수면 패턴 같은 생체 데이터를 통해 스트레스 수치를 파악한다. 이제 기술은 단순한 신체 정보를 넘어 내밀한 감정의 영역까지 해석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기분 데이터를 바탕으로 삶의 방식을 코칭해주는 앱도 등장했다. 로렌 매카시 뉴욕대 교수가 개발한 ‘피플키퍼(Pplkpr, people+keeper)’ 앱은 심박수 측정이 가능한 웨어러블 밴드로 사용자의 기분을 추적한다. 심지어 사용자의 기분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에 대해 직접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가령 누군가를 만난 직후 심박수가 긍정적으로 변하면 그 사람과 다시 만날 것을 권유하고, 반대로 불쾌한 기분이 감지되면 연락처를 삭제하거나 관계를 정리할 것을 제안한다.
기업들에 기분 큐레이션 확산은 데이터 확보 경쟁에서 감정 해석 경쟁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미래 시장의 주도권은 누가 더 인간의 마음을 세밀하게 읽어내는지에 달려 있다. 단순히 기술적인 데이터 수집을 넘어 소비자의 감정적 맥락을 파악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모든 브랜드 접점에서 소비자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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