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무주택자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를 허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실거주 의무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거래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보유한 물량에 대해선 갭투자가 가능한 반면 1주택자의 매물은 불가능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출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무주택자가 강남 등 상급지 매물을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 12일 정부가 발표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 추진’에 따라 무주택자는 다주택자가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매수하더라도, 해당 주택에 거주 중인 세입자의 전세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실거주하지 않아도 된다. 원칙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매수하면 4개월 이내 입주해야 하지만, 다주택자 보유 물량에 한해 예외를 둔 것이다.
이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도 무주택자의 한시적 갭투자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주택자는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승계해 매입할 수 있고, 다만 전세계약 종료 시점에는 실거주해야 한다.
정부는 임대 중인 주택의 거래를 원활히 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주택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주택자는 다주택자 매도 물량은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할 수 있지만, 1주택자 물량에는 같은 예외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도에 예외를 두되 적용 대상을 무주택자로 한정해 이들에게 주택 마련 기회를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계약 이후 잔금 미지급에 따른 위험도 변수다. 보완 대책에 따르면 다주택자가 중과를 피하려면 적어도 5월 9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지역에 따라 4~6개월 이내에 잔금 지급과 등기를 마쳐야 한다.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매수자가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기한 내 양도가 성립하지 않아 중과세 대상이 된다.
강희창 한국임대인연합회 회장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계약 후 잔금 지급이 지연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며 “예컨대 잔금 시점에 더 낮은 가격의 매물이 나오면 매수자가 계약금을 포기하고 다른 매물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을 사전에 예고한 만큼 일정 부분 예측 가능성은 확보됐다는 반론도 있다.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등 이른바 상급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중과 부활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의 20억원대 주택을 매수하려면 주택담보대출 4억원과 전세퇴거자금 대출 1억원 등을 감안해도 최소 15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 이 같은 자금 여력을 갖춘 무주택자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다 청약을 통해 강남권 주택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분양받는 사례도 있으나 이는 제한적”이라며 “상급지 다주택자 매물을 흡수하기에는 수요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대출 규제 완화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덕기 금융위원회 거시금융팀장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매수 의지가 있는 무주택자라면 기존 거주 주택의 전세보증금 등 활용 가능한 자금을 감안해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규제지역 지정 시점과 임대차 낀 매물인지 여부, 임차인의 잔여 임대차 기간, 매수자의 유·무주택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거래 시 잔금·등기 시점은 물론 실입주 시점, 대출 반환 시점까지 차이가 있다”면서 “거래 시 자격요건을 꼼꼼히 따지고 매입자금 마련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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