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5년째를 맞았지만 중대재해가 전혀 줄어들지 않은 데 따른 고강도 대책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법 시행 전(2021년) 12만2713명이던 재해 근로자는 14만2771명(2024년)으로 외려 늘었다. 사망자도 2080명에서 2098명으로 증가했다. 산업 현장의 근로 인프라와 일하는 방식의 개선이 기대만큼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 현실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벌칙과 제재만으로는 당장 중대재해가 줄어들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얘기다.
부작용이 오히려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형사처벌에 위협을 느낀 우수 관리자가 대거 생산현장을 떠나거나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면책용 서류작업에 에너지를 소진한다는 얘기도 있다. 사업주와 기업에 대한 과잉 처벌이 역설적으로 근로자의 ‘주의 수준’을 낮췄다는 보고서(박재옥·한순구 연세대 교수)도 나왔다. 불가피한 사고도 예외 없이 책임져야 한다면 투자 회피와 생산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주한 유럽상공회의소는 한국 투자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슈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콕 집어 지적했다.
‘유례없는 과잉처벌법’으로 불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과징금제도를 추가한다면 중복 제재 문제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통상 ‘불법 이득 환수’가 목적인 과징금제도를 불가피한 산업재해에 적용하는 것이 법적 정합성을 갖는지도 의문이다. ‘영업이익 5%’라는 과징금 규모도 너무 크다. 지난 4년간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입해보면 최대 1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기업을 물론이고 생존을 걱정하는 중소기업에는 치명적인 규모다. 한 중견그룹 회장을 무리하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엮었다가 무죄(1심)가 나온 게 엊그제다. 효과가 불분명한 처벌만능주의 대신 재해 예방활동에 인센티브를 주는 새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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