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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반전…'말레이시아 국민기업'된 비결은

입력 2026-02-13 16:06   수정 2026-02-13 17:55

국내 1위 렌털 업체인 코웨이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1998년 렌털 사업을 시작한 이후 매년 매출을 늘리며 28년 연속 성장이라는 역사를 썼다. 정수기로 시작해 공기청정기, 침대, 안마의자로 렌털 영역을 넓히고 말레이시아 미국 등 해외로 사업을 확장한 결과다.

13일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코웨이는 지난해 매출 4조9636억원, 영업이익 878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5.2%, 10.5% 증가했다. 넷마블이 코웨이를 인수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64.4%, 영업이익은 91.7% 늘었다.

코웨이가 웅진그룹 계열사로 렌털 사업을 시작한 1998년 당시 매출은 894억원이었다. 2005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뒤 2013년과 2019년 각각 2조원, 3조원을 찍고 2024년 ‘4조 클럽’에 가입했다. 국내 1호 렌털 회사로 첫발을 내디딘 뒤 28년째 매출을 늘리며 매출 5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겪으면서도 단 한 번도 성장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2020년대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까지 가전 렌털 사업을 시작했지만 국내에서 코웨이의 독주는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렌털을 기피하는 문화 차이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고 전체 매출 중 38%를 해외 사업에서 거뒀다. 말레이시아에서만 1조원대 매출을 올리며 ‘말레이시아 국민 기업’으로 불린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코웨이는 국내 렌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기 전 일찌감치 해외로 진출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데·가전·침대 '렌털영토' 무한확장…코웨이, 28년간 60배 성장
부동의 1위 'K렌털의 원조'
오래전부터 한국 수돗물 수질은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유네스코가 100여 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년 발표하는 ‘유엔 세계 물 개발 보고서’에서 한때 8위에 올랐을 정도다. 그럼에도 한국 소비자는 좀 더 깨끗한 물을 원했다. 보리차, 생수를 먹다가 1990년대 들어 일부 가정과 기업에서 정수기를 구입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한 대당 100만원이 넘는 정수기를 사는 게 부담스러운 소비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정수기 판매량 급감에 결정타로 작용했다.

당시 정수기를 판매하던 웅진코웨이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초기 구입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정수기 렌털 사업을 시작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애프터서비스(AS) 문제까지 풀어주며 렌털 사업을 정수기에서 공기청정기, 비데로 확대했다. 이렇게 국내에서만 765만 개(국내외 포함 1142만 개)가 넘는 계정을 확보했다. 가구 기준으로 보면 서너 집 중 하나는 고객으로 확보한 것이다. 코웨이가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시작해 ‘국민 렌털 회사’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시장 선점과 ‘코디 네트워크’가 강점
코웨이는 K렌털 원조 업체로 시장을 선점했다. 이 회사는 1989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설립한 웅진코웨이에서 출발했다. 윤 회장은 백과사전 및 화장품으로 방문판매 사업을 키운 뒤 1990년대 초 정수기를 새로운 먹거리로 정했다.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깨끗한 물’에 관심이 커져 정수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해서다.

외환위기 이후 정수기 렌털 사업을 키운 코웨이는 국내 정수기 시장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기업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코웨이는 각종 브랜드 조사에서 국내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웅진그룹은 2012년 태양광 사업 실패로 코웨이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판 뒤 2018년 회사를 되찾았다가 유동성 문제로 2019년 다시 게임업체 넷마블에 팔았다.

대주주 변경에도 코웨이가 1등을 지킨 건 렌털 방문점검판매원의 고유명사가 된 ‘코디’의 힘이 컸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코웨이 코디는 1998년 렌털 사업 시작과 함께 꾸려진 조직이다. 현재 코웨이 국내 코디는 1만2000여 명에 달한다. 쿠쿠홈시스, SK인텔릭스 등 경쟁사의 방문판매 인력이 3000~4000명임을 감안하면 세 배 이상이다.

코디는 정기 방문을 통해 렌털 제품 살균·세척, 부품 교체 등 사후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코웨이 관계자는 “코디의 강점은 고객과 가장 밀접한 접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고객이 체감하는 불편사항과 추가 요구사항을 파악해 맞춤 솔루션을 제시하는 핵심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소비자와 교류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강력한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새로운 렌털 계약을 늘려 ‘평생고객’을 만드는 것이다.
◇ 끊임없는 신시장 개척
경쟁자들의 도전에 대응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온 것도 코웨이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2011년 침대 사업에 진출한 코웨이는 넷마블을 새 주인으로 맞은 첫해인 2020년 국내 렌털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전문 침대 제조 업체 아이오베드를 인수했다. 2022년엔 침대부터 안마의자까지 아우르는 수면 및 힐링 케어 브랜드 비렉스를 내놓으며 렌털 시장 영역을 확장했다. 코웨이는 지난해 5월 상조 업체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을 세우며 실버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달엔 가정용 의료기기 브랜드 ‘테라솔’을 선보이며 의료기기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LG전자, 경동나비엔까지 렌털 시장에 뛰어들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수익원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쳤다.

해외 현지화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웨이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인구의 70%가 무슬림인 점을 고려해 정수기업계 최초로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며 “미국에서는 외부인이 집 안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문화 특성을 고려해 정기 배송을 통한 체계적인 필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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