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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 취업 포기하고 쉽니다'…'코로나 학번'의 비극

입력 2026-02-16 07:00   수정 2026-02-16 07:19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서 실습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대학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없었어요."

경기 양주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준비생 A씨(모 전문대 21학번)는 “막상 취업하려고 보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허리인 청년층에서 구직 의욕조차 없이 그냥 말 그대로 ‘쉬었음’이라고 답하는 인구가 늘어나며 고착화 조짐을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한 세대는 나이가 들어서도 노동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는 ‘상흔 효과(Scarring Effect)’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청년기에 겪은 고용 실패나 경제적 충격이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15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KRIVET)이 최근 발표한 ‘청년 쉬었음의 사각지대’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20대 초반에 집중됐던 ‘쉬었음’ 현상이 최근에는 20대 후반까지 넓게 퍼지는 이른바 ‘우상향 전이’ 패턴을 보인다.

연구진은 비경제활동의 질적 악화를 의미하는 ‘내재적 심화도’를 분석했다. 즉 전체 청년 대비가 아닌 니트(NEET·일하지 않고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 집단 내부에서 ‘쉬었음’ 비중을 조사한 결과 20대 후반(25~29세)에서도 40~50% 수준을 유지했다. 과거에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취업 준비 단계로 이동하면서 '쉬었음' 비중이 낮아지는 흐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구직 의욕 상실로 인해 장기 비경제활동 상태가 지속됐다는 의미다.

시기별로 보면 2015년 이후 완만히 증가하던 ‘쉬었음’ 비중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치솟았다는 분석이다. 이후 2023~2025년에도 감소하지 않고 높은 수준이 유지되는 하방 경직성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를 단기 경기 충격이 아닌 구조적 변화 신호로 해석했다.

실제로 세대별 차이도 뚜렷했다. 코로나19 시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한 1990년대 중후반생은 29세에 도달한 이후에도 높은 ‘쉬었음’ 비중을 유지하는 상흔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최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00년대생은 취업 준비 단계 없이 곧바로 비경제활동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초기 진입 단계에서 NEET 내부 ‘쉬었음’ 비중이 90%를 넘는 구간도 관찰됐다.

보고서는 청년층 ‘쉬었음’ 문제를 세 집단으로 나눠 맞춤형 해법을 제시했다. 먼저 19~23세 ‘초기 진입 실패군’은 취업 준비 단계 없이 곧바로 비경제활동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 직무훈련보다 진로 상담·심리 회복 등 복지와 고용서비스를 결합한 선제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28세 ‘구직 병목군’은 취업 준비 인원이 가장 많은 동시에 ‘쉬었음’으로 이탈하는 분기점으로 분석됐다. 스펙 경쟁보다 프로젝트형 일경험 확대와 중소기업 직무 매칭을 통해 실제 취업 전환율을 높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29세 이상 ‘장기 고착군’은 상담이나 훈련보다는 장기 미취업 청년을 채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공공일자리를 경력형 디딤돌로 개편하는 등 수요 견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단순히 고용률 수치를 올리는 총량 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특정 세대가 입은 노동시장 진입기의 상흔을 치유할 수 있는 정밀한 정책 개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 유행을 전후로 대학에 입학해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해보지 못한 ‘코로나19학번’은 정상적인 대면 교육은 물론 MT, 동아리 등 사회적 관계를 맺을 기회도 현저히 부족했다. 선배나 교수로부터 ‘암묵지’를 전수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것은 물론 인턴, 아르바이트 등 일 경험을 쌓을 기회도 크게 부족했다. 그렇다 보니 심리 상태도 취약하다. 보건복지부의 ‘우울증·조울증·조현병 초진 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학생의 36.4%가 경증 이상 우울증을 겪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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