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오모씨(35)는 지난달 24일 서울역을 찾았다가 길을 헤매던 외국인 관광객과 마주쳤다.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안내를 돕는 과정에서 한 시간 동안 5명을 잇따라 도왔다. 모두 역사 내 외국어 표기가 충분하지 않아 동선을 파악하지 못한 경우였다.
오씨는 “한 시간 안에 5팀이나 도왔다는 것은 서울역 안내 체계가 외국인에게 충분히 친화적이지 않다는 의미”라며 “글로벌 K-팝 문화 강국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준비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도심 주요 지하철 역사에 안내 표지가 한국어로만 표기돼 외국인 이용객들이 길을 찾지 못한 채 헤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환승 통로와 출구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해 역사 안을 여러 차례 오가는 모습이 나타나는 중이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민 제안 창구인 상상대로 서울에는 외국인 관련 게시글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지난 12일 작성된 한 게시글에는 서울역과 시청역 지하 역사에서 환승 방향과 개찰구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워 외국인 이용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게시글 작성자는 “바닥이나 천장에 눈에 띄는 방식으로 각 노선의 탑승 방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바닥과 벽면에 색상으로 동선을 표시해 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인천공항철도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들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서울역 등 대형 환승역에서 혼란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승 통로가 여러 갈래로 나뉘고 지상·지하 층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라 방향 표지가 눈에 잘 띄지 않으면 길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개찰구를 잘못 통과해 추가 요금이 부과되거나 잔액 부족으로 게이트 앞에 멈춰 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역무원 호출 버튼을 눌러 도움을 요청해도 언어 장벽으로 즉각적인 이해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중이다.
외국인 방문객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현장 안내 체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은 1893만6562명으로 전년(1636만9629명) 대비 15.7%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08.2% 수준이다. 다음 달 21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광화문광장에서 무료 컴백 공연을 열 예정이어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역사 내에 한국어와 영어 뿐만 아니라 여러 주요 언어를 병기해 대중교통 이용의 기본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QR코드를 통해 역사 내 이동 방법을 안내한다거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쓰는 지도 앱과의 연계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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