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오전 7시 서울 지하철 7호선 신풍역. 출근 인파가 승강장을 가득 메웠다. 열차가 들어오자 승객 수백명이 동시에 움직였다. 기관실에 올라타자 모니터 여러 대에 객실 출입문 영상이 동시에 잡혔다. 한 정거장 정차 시간은 20초 남짓. 문은 좌우 32개. 단 한 명의 승객 옷깃이라도 끼이면 열차는 멈추고 뒷 열차까지 줄줄이 지연된다.
올해 10년차 기관사 이상헌 씨(35)는 출발 신호를 확인한 뒤 우측 상단의 CCTV 모니터부터 훑었다. 그는 "출퇴근 시간대 근무는 지금도 손에 땀이 난다”며 “열차가 줄지어 들어오기 때문에 내가 한 번 실수히면 뒤 열차가 줄줄이 밀린다”고 말했다. 그가 출발하자 관제 교신이 이어졌다. 앞 열차와의 간격이 짧아 속도 조절을 해달라는 것이다. 기관사와 함께 노선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기관실은 긴장과 정적이 반복됐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신풍승무사업소 기관사 이상헌 입니다. 저는 2016년에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해 올해로 10년차가 된 직원입니다. 첫 발령지인 신정승무사업소에서 8년으로 차장으로 있다가 2호선 열차 기관사 업무를 맡았고, 작년 7월 신풍승무사업소로 발령나서 현재 7호선 열차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Q. 직업으로 기관사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기관사가 꿈이었어요. 열차를 직접 운전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이 있었죠. 아버지가 의류 자영업을 하셨는데 경기에 따라 수입 변동이 큰 걸 보면서 저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낭만이랑 안정성 두 가지가 같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Q. 기관사가 되기까지 과정이 꽤 길다고 들었어요.
채용이 시작이 아니에요. 철도차량 운전면허 취득이 먼저죠. 면허를 따고 나서 각 기관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입사가 가능해요. 입사 후에도 바로 운전 못 해요. 기본교육 받고 사업소 가서 선배 기관사랑 같이 약 6000km를 운행해야 해요. 그 기간만 6개월 정도 걸려요. 이후 본사 감독 아래 필기랑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단독 승무가 가능해지죠. 이 과정에서 긴장감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Q. 기관실에 직접 올라와 보니 생각보다 좁더라고요.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기관실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좁아요. 2명이 겨우 들어가는 정도죠.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하고 소음이랑 진동이 계속 올라와요. 여름엔 장비열 때문에 덥고 겨울엔 또 춥고 공기가 안좋죠. 운전 자체보다 이런 물리적인 피로가 누적되는 게 더 힘들어요.
Q. 하루 근무 루틴은 어떻게 돌아가나요?
주간이랑 야간이 완전히 달라요. 주간은 출근해서 음주측정부터 하고 점호교육 받고 열차 인수인계한 뒤 운행 들어가요. 중간에 쉬었다가 후반 운행하고요. 야간은 출근 후 동일 절차 거치고 사업소에서 잠깐 자요. 그리고 첫차를 운행해요. 첫차 기동하려면 새벽 4시20분쯤 일어나야 해서 야간근무는 필수예요.
Q. 운행하면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언제예요.
러시아워(출퇴근이나 통학 따위로 교통이 몹시 혼잡한 시간) 승하차 시간이죠. 승객은 타고 내리는 20초지만 기관사는 32개 문을 동시에 봐야 해요. 수백~수천명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끼임 없이 닫아야 하거든요. 한 명이라도 문제 생기면 열차 멈추고 뒤 열차까지 줄줄이 밀려요. 그 압박이 너무 커요.


Q. 노선별 체감 난이도도 차이 나요.
차이 많이 나죠. 지하철 2호선이 제일 힘들어요. 배차 간격이 워낙 촘촘해서 열차가 줄지어 계속 들어오거든요. 제가 한 번만 실수해서 운행이 밀려도 뒤 열차가 줄줄이 영향을 받아요. 관제 교신도 더 잦아지고 운전 압박이 커지죠. 그래서 기관사들 사이에서도 2호선이 체감 난이도가 가장 높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Q. 지상 구간 많은 노선을 선호한다고요.
지하 터널은 공기가 생각보다 안 좋아요. 장시간 같은 환경에서 운전하다 보면 피로도도 높고 답답함이 커요. 시야 변화도 거의 없고요. 반면 1호선처럼 지상 구간 많으면 풍경도 보이고 햇빛도 들어와요. 공기도 다르고요. 심리적으로 훨씬 덜 답답해서 선호하는 기관사들이 많아요.

Q. 운행 중 화장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기관사는 운행 중 자리를 못 비워요. 너무 급하면 운전대 옆에 있는 간이 화장실 이용해요. 배가 아플 것을 대비해서 지사제 같은 약도 항상 들고 다니고요. 운행 전에는 뭔가를 먹는 거나 수분 섭취도 조절하는 편이에요.
Q. 식사나 건강관리 어려움도 있겠네요.
식사 시간이 굉장히 불규칙해요. 교번근무라 제때 못 먹는 경우가 많거든요. 운행 시간 맞추다 보면 끼니를 건너뛰기도 하고요. 그래서 위장병이나 소화불량 겪는 기관사들이 많아요. 만성피로도 흔한 편이고요.
Q. 졸음운전은 어떻게 관리해요.
근무 전에 최대한 수면을 확보하려고 해요. 운행 중에는 스트레칭을 많이 하는 편이고요. 그래도 교번근무라 리듬이 깨질 때가 많죠. 카페인 섭취도 자연스럽게 늘고요. 멜라토닌을 복용하는 기관사들도 꽤 있어요. 수면 관리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Q. 자율주행 기술 도입이나 무인운전 확대 얘기도 계속 나오는데 현장에선 어떻게 보나요.
현장에선 아직은 이르다는 인식이 많아요. 열차 운전이 단순히 출발하고 정차하는 작업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신호 확인, 속도 조절, 관제 교신, 비상 상황 대응까지 아직은 사람이 즉각 판단해야 하는 작업이 많아요.
특히 승객이 몰릴 때는 문 개폐 상황 돌발 승객 행동까지 동시에 봐야 해요. 이런 상황은 아직 인공지능(AI)이 완벽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봐요. 지금 일부 노선이 자동운전 시스템으로 운행되긴 하지만 완전 무인 단계는 아니에요. 실제로 정위치 정차 오차나 센서 오류 같은 상황도 발생하고요. 이런 부분은 결국 기관사가 보완하고 있어요.
안전 책임 문제도 커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도 명확하지 않고요. 현장에서는 '기술이 완벽해지기 전까진 사람 역할이 필수'라는 인식이 강하죠. 그래서 AI 도입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는 '충분히 검증되고 안전성이 확보된 이후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요.

Q. 음주 제한도 큰 편이죠.
출근 때마다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해요. 그래서 술 거의 못 마셔요. 운행 전날은 사실상 금주죠. 회식도 근무표 따라 못 가는 경우도 많아요.
Q. 연봉은 어느 정도예요.
수당 포함해서 10년차 기준 대략 6500만원 정도예요. 기본급보다 승무수당 야간수당 1인 승무 수당 비중이 커요. 교번이랑 연장근무 비율에 따라 개인별 차이도 있고요.
Q. 근무 장점도 있을 것 같아요.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이렇게 두 번 운행하면 중간에 2~3시간 자유시간이 있어요. 불규칙하긴 한데 그 시간이 개인 정비 시간처럼 쓰여요. 저는 주로 헬스하면서 보내요. 교번근무라 체력 관리가 중요하거든요.

Q. 승객 민원 중 가장 힘든 건 무엇인가요.
문 끼임 민원이 제일 힘들어요. 기관사는 모든 문 CCTV를 확인하고 닫는데 마지막 순간 뛰어타는 승객까지 100% 잡아내긴 어렵거든요. 그런데 일부 승객이 고의로 문을 닫았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어요. 대부분 CCTV 확인하면 무혐의로 끝나요. 그래도 기관사가 직접 경찰서 가서 조사받아야 해요. 근무 외 시간에 따로 시간 내야 해서 부담이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있고요.
임산부 배려석이나 노약자석, 각종 이상한 승객 민원도 기관사가 간접적으로 받는 경우가 있어요. 승객끼리 다툼이 생기거나 항의가 들어오면 관제를 통해 상황이 전달되거든요. 다만 기관사가 직접 객실에 나가 중재할 수는 없어요. 운전석을 비울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역무원이나 보안요원이 대응하게 되는데 기관사 입장에서도 상황을 듣고 있으면 답답할 때가 있어요.

Q.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나요.
많죠.(웃음) 스크린도어가 굉장히 예민해서 1cm 정도만 뭔가 끼어도 바로 센서가 울려요. 어느 문에서 이상이 생겼는지 기관실 모니터로 바로 확인이 되고요. 그런데 종종 문이 이미 다 닫힌 뒤에 어르신들이 끼인 척 연기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CCTV로 확인해봐도 분명 아무것도 안 끼였는데 몸을 비틀면서 끼인 것처럼 행동하시거든요. 기관사들끼리는 그런 분들을 농담으로 ‘할리우드 배우’라고 불러요.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다는 의미죠. 물론 안전이 최우선이라 혹시 모를 상황 때문에 다시 문을 열어드릴 때도 있어요. 솔직히 보면 딱한 마음도 들어서 그냥 보내드리는 경우도 있고요.
Q. 혼자서 새벽이나 밤 운행을 할 때 귀신을 봤다는 에피소드 같은 무서운 얘기는 없나요.
직접 본 적은 없어요. 기관사들 사이에서도 실제로 봤다는 얘기는 거의 없고요. 다만 과거에는 스크린도어가 전면 설치되기 전이라 선로 투신 사고가 지금보다 많았다고 해요. 그래서 야간 근무하거나 막차 운행할 때 ‘어느 역에서 이상한 걸 봤다’는 식의 소문은 예전엔 종종 돌았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스크린도어가 전 역사에 설치되면서 사망사고 자체가 거의 없어졌고 그런 얘기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죠. 기관사 입장에서도 심리적 부담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Q. 스크린도어 도입 체감 효과는 어떤가요.
굉장히 커요. 예전엔 선로 진입 사고가 훨씬 많았다고 들었어요. 기관사 충격도 컸고요.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안전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설치가 본격 추진된 걸로 알고 있어요. 서울 지하철은 2000년대 중반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돼 2009년쯤 전 역사 설치가 완료됐죠. 전면 설치 이후엔 사망사고가 거의 사라졌고 안전사고도 크게 줄었어요. 기관사 입장에서도 심리적 부담이 많이 줄었고요. 지하철 안전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해요.
Q. 직업 만족도는 어때요.
어릴 때 꿈이 기관사였어서 만족도는 높아요. 사고 없이 운행을 끝내고 정시 퇴근할 때 가장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직업불만족(族) 편집자주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했지만 매일 퇴사를 고민하는 30대 청년,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제2의 삶을 개척한 40대 가장,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70대 청소 노동자까지. '직업불만족(族)'은 직업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목소리를 기록합니다. 당신의 평범한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깊은 위로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 모든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하단 구독 버튼을 눌러주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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