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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한테 도련님이라고 부르라니"…명절 때마다 '시끌'

입력 2026-02-16 07:49   수정 2026-02-16 08:25


명절을 앞두고 시가(媤家) 호칭을 둘러싼 갈등이 온라인에서 잇따라 제기되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등 전통적인 호칭을 두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1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초등학생 시동생한테 도련님이라니 제가 노비인가요'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결혼 3년 차라고 밝힌 작성자 A 씨는 "이번 설에도 시가 호칭 때문에 현타가 제대로 왔다"며 운을 뗐다.

그는 "남편 사촌 동생들이 이제 막 초등학생인데, 시고모가 '근본 있는 집안이니 도련님, 아가씨라고 깍듯이 부르라'고 한 소리 하시더라. 사극에서 노비가 상전 모시는 것도 아니고, 어린애들한테 허리 굽혀가며 존대하려니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얼마 전 결혼한 시동생의 호칭이었다. A 씨는 "이제는 도련님이 아니라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는데 도저히 입이 안 떨어진다"며 "남편을 부르는 말과 똑같은 서방님이라는 호칭을 시동생에게 쓰라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런 성차별적인 표현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편은 제 동생들한테 편하게 이름 부르고 반말도 하는데, 저는 왜 한참 어린 시동생들한테까지 님 자를 붙여야 하냐"며 "국립국어원에서도 그냥 삼촌이나 ~씨라고 불러도 된다고 한다는데, 어른들은 옛날부터 쓰던 말인데 왜 유난이냐며 전혀 공감을 못 한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A 씨는 "명절 음식 하느라 허리가 끊어지겠는데, 입으로는 도련님, 서방님 사과 드세요 하고 있자니 정말 제가 이 집안 종년이 된 기분"이라면서 "언제까지 이런 호칭을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난 서방님이 두 명이냐?"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글에는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이게 왜 문제인지 모르는 게 신기하다. 팔려 온 노비처럼 존칭으로 올려 불러야 하냐", "서방님 호칭은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언제 적 호칭이냐? 요즘도 결혼한 남편 동생한테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사실이냐?"라며 A 씨의 입장을 옹호했다.

반면 "넌 형수님 소리 안 듣냐?", "맞는 호칭인데 대체 뭐가 문제고 야단이냐", "초등생 시동생이면 형수님이라고 부를 텐데 도련님이 맞는 명칭 아니냐. 너무 유난 떠는 듯", "노예까지 운운할 필요가 있냐. 싸우자는 거지 이건" 등 의견도 나왔다.

이처럼 명절을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호칭' 문제를 둘러싼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도련님', '아가씨' 호칭으로, 이 같은 표현이 시대착오적인 서열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온라인에서는 나이 차이가 나는 경우 "나는 존댓말인데, 왜 쟤는 반말?"이라는 식의 노골적인 불만도 적지 않다. 누리꾼들은 "조선시대도 아니고 도련님, 아가씨는 진작에 없어져야할 호칭이다", "내 남편 여동생에게 아가씨라고 꼭 불러야 하는지" 등 호칭에 대한 갈등을 토로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해 지난 2017년과 2018년 사회적 소통을 위한 언어 실태 조사와 정책 연구를 실시했고, 이를 토대로 2020년 안내서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를 펴냈다.

이 안내서는 과거로부터 전해진 호칭·지칭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 서로 배려하고 자유롭게 소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특히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형제자매에게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대신 각 가정에 적절한 호칭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안내서는 "남편 동생이 나이가 어리면 나에게도 동생이 되므로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로 높여 부르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며 "이럴 때는 자녀 이름에 삼촌이나 고모를 붙여 부르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친밀도나 집안 분위기에 따라 이름을 직접 부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배우자 동생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면 '동생님'으로 부를 수 있다. 남자라면 '처남님'이나 '처제님'이라는 호칭도 괜찮다"고 안내했다.

다만 이러한 호칭 개선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새로운 표현이 어색하고 오랜 기간 굳어진 우리 문화를 반영한 정겨운 말인데 반드시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명절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는 가운데, 가족 간 호칭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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