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오전 찾은 서울 중구 서울역 서부 교차로 인근 텐트촌.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파고드는 날씨에 파란 천막과 낡은 텐트 10여동이 서울로 공중 보행로 기둥 아래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최근 이어진 한파를 버티기 위해 텐트 주변은 나무 판자와 박스, 비닐로 여러 겹 덧대어 있었다.
이곳은 수년전부터 형성된 텐트촌이지만, 최근 들어 임시 거처라기엔 제법 ‘집’의 형태를 갖춘 모습이었다. 외벽엔 액자에 담긴 글귀와 그림이 걸려 있었고, 벽시계도 눈에 띄었다. 빨래건조대와 생수통, 가스버너, 캐리어가 골목처럼 형성된 통로에 놓여 있었다. 추위를 피하려는 고육지책이 쌓여 어느새 판잣집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 됐다.
인근엔 서울로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지만 사실상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텐트들이 통행 동선을 막고 있어서다.
최근 인근 직장인 박모씨는 야근 후 퇴근하던 중 술에 취한 노숙인이 뒤쫓아와 곤욕을 치렀다. 박씨는 "대학교도 이 근처라 이런 장면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올겨울처럼 추운 한파에는 노숙인들 건강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텐트촌 인근 보행로에서 머뭇거리거나 발길을 서두르는 등 불안감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공항철도를 통해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일평균 수만명인만큼 관리 공백 속에 치안 사각지대로 방치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노숙인은 1만2725명으로 2021년보다 11.6% 줄었다. 이 중 거리 노숙인은 1349명이며, 75.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서울역 일대에는 텐트촌을 포함해 약 200명의 노숙인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 노숙인의 평균 거리 거주 기간은 51.4개월이며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36.8%)이 가장 많았다.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소득 보조'(41.7%), '주거 지원'(20.8%)을 꼽았다.
중구청 관계자는 "거리 노숙인 상담반이 매일 순찰하며 핫팩 등 물품을 지원하고 상담을 진행한다"며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등으로 연계하고 있지만, 시설 입주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텐트촌을 강제로 철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단속이나 철거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시민 안전과 도시 이미지 관리라는 과제와 함께 거리로 내몰린 이들의 생존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도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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