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총선 공약으로 내건 ‘식료품 소비세율 2년간 제로’를 향한 검토가 본격화한다. 실현되면 연간 세수가 5조엔가량 감소한다. 일본은 올해 ‘안보 3문서’를 개정할 방침으로, 방위비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휘발유·경유세 감세에 따른 재원 공백도 그대로다. 이들 3개 정책 추진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정권 최대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2일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 등과 만나 소비세 감세 및 ‘급부형 세액공제(소득세 공제+현금 지급)’ 관련 제도 설계 방안을 논의했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13일 기자회견에서 6월까지 중간 보고서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식료품 소비세율은 8%로, 지난해 세수는 약 5조엔이었다. 연금, 의료 등 사회보장에 충당하는 재원이며, 지방자치단체에도 배분한다. 대체 재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가·지방 재원에 5조엔 규모 구멍이 생긴다.
다카이치 총리는 소비세 감세 재원에 대해, ‘적자 국채’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가타야마 재무상도 “보조금과 조세특별조치 재검토, 세외 수입으로 2년 치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세외 수입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환율 개입을 위한 외국환자금특별회계와 일본은행이 보유한 상장지수펀드(ETF) 운용·매각이익이다.
오구로 가즈마사 호세이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세 감세와 관련해 “어디까지나 한시적이라는 전제하에, 영구적이라면 재원도 영구적 증세나 세출 삭감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니혼게이자이에 말했다. 2년 뒤 다시 8%로 올리는 것은 증세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정치적 부담이 크다.
다카이치 정권이 마주할 다음 과제는 방위비 증액이다. 정부·여당이 올해 개정할 방침인 안보 3문서에서는 내년 이후 방위비 수준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여당 내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현재 2%보다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에 GDP 대비 5%를 요구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3월 미국을 방문해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현재 2% 목표는 수립 당시인 2022년 명목 GDP 전망치(약 560조엔)를 토대로 했다. 방위비는 금액 기준으로 약 11조엔이다. 2022년 GDP 대비 그대로 목표를 높인다면, 1%포인트 올릴 때마다 약 5조6000억엔을 추가로 편성해야 한다.
내각부에 따르면 2026년 GDP 전망치는 약 690조엔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GDP 대비 2%를 유지하더라도 방위비는 약 14조엔으로, 약 3조엔 증액이 필요하다. 1%포인트 늘릴 때마다 약 7조엔이 소요된다.
지난해 결정된 휘발유·경유세 감세에 따른 감세분 보전도 끝나지 않았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무상 교육과 함께 약 2조2000억엔의 추가 재원이 요구된다. 올해 세제 개편안에서는 부유할수록 소득세 부담이 줄어드는 ‘1억엔의 벽’ 개선을 통한 과세 강화 등을 포함해 1조엔 이상 확보했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여전히 7000억엔가량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며 “당연히 우리는 책임을 진다”고 했다.
올해 예산안은 약 122조엔, 신규 국채 발행 규모는 약 29조엔에 달한다. 세수가 83조엔으로 사상 최대를 계속 경신해도 여전히 예산의 4분의 1을 국채 발행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새 정책에 따라 적자 국채를 피하는 것은 어렵다.
정책 궤도 수정도 쉽지 않다. 공약으로 내건 소비세 감세를 철회하면 비판받을 가능성이 있다. 방위비를 인상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서 방위비·저출생·탈탄소 등 조(兆)엔 단위 정책이 ‘재원 3형제’로 불렸다”며 “다카이치 정권은 소비세·방위비·휘발유라는 ‘재원 신3형제’에 동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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