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과천 갈현동에 있는 유한클로락스의 연구·개발(R&D)센터. 흰색 가운을 입고 342㎡(약 104평) 규모의 실험실로 들어가자 크고 작은 챔버에서 여러 온·습도에 따른 신제품의 성능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유한양행과 미국 생활용품 제조사 클로락스의 합작사인 유한클로락스는 염소계 표백제 대명사인 ‘유한락스’의 설계 및 제조를 총괄한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광호 유한클로락스 대표는 “올해 안으로 챔버를 15개로 늘려 연구소 역량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며 “제품 개발부터 패키징 공정을 아우르는 유한클로락스 R&D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국내 위생용품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임한 김 대표는 박종현 대표와 함께 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업계에 혁신을 불어넣으며 백년기업으로 성장하는 초석을 닦겠다”고 덧붙였다.
락스 함량을 낮춘 분무기 형태의 ‘스프레이 세정제’와 락스 성분을 제거한 세정제 ‘제로앤클리어’, 옷 변색을 방지하는 산소계 표백제 ‘유한젠’ 등 종류만 16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용기를 뒤집어 사용해도 액체를 손쉽게 분사하는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 같은 전략이 들어맞으면서 지난해에는 스프레이 세정제의 매출 비중이 기존 핵심 제품인 락스를 추월했다. 김 대표는 “가격이 더 비싸도 가스레인지 후드나 도마, 배수구 청소 등 용도를 세분화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500억원 내외의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계승해 늘어난 실적에 발맞춰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누구나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락스를 사용하는 위생적인 환경을 구축한다는 사명감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가성비 좋은 용액을 개발하거나 수요가 낮은 제품 생산을 멈추는 등의 방법으로 해마다 매출의 2~4% 규모로 생산 원가를 줄여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한락스가 생소한 2030세대로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 제품 디자인도 리뉴얼했다. 김 대표는 “강렬한 인상의 제품 이미지를 친숙하게 탈바꿈해 전 연령층이 믿고 쓰는 제품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 화성 향남읍에 거점을 둔 제조 설비도 2029년 100% 자동화를 목표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제품을 담은 용기를 결합한 뒤 물류 창고에 보관하는 일련의 제조 과정을 향후에는 로봇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제조를 전담한 기존 인력은 품질관리나 R&D 등으로 업무 분야를 바꾸는 등 기술 혁신과 고용이 상생하는 방안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지난해 독일 업무용 소프트웨어업체 SAP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3개월 만에 구축하면서 다른 클로락스 지사에서 주목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공장 안전 설비에 대해서도 그는 “클로락스 본사에서 약 18개월마다 안전 감사를 진행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준하게 공장과 연구소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클로락스의 성장에는 유연한 조직 문화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이 회사에 스타트업 조직 문화를 녹이기 위해 노력했다.
직급에 무관하게 영어 이름을 호칭으로 쓰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환경을 조성한 게 한 예다. 그는 “지난해 본사를 확장 이전하며 고정석과 칸막이를 없앤 오픈형 오피스를 조성했다”며 “이외에 출산 축하금 1000만원을 지원하거나 주 2회 재택근무를 운영하는 등 사람 중심 경영을 회사에 안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948억원, 영업이익 147억원을 올렸다.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이다. 김 대표는 “해마다 통상 2% 내외인 업계 성장률보다 3배 이상 성장하며 시장을 이끌 것”이라며 “‘유한’이라는 브랜드에 걸맞게 소비자를 위한 혁신 솔루션을 꾸준히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과천=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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