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출권거래제(K-ETS) 제4차 계획기간(2026~ 2030년) 돌입으로 철강 업종의 무상 할당량이 전 주기에 비해 18.6%나 급감했다.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 부담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력이 철강 기업의 실질적인 밸류에이션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 산업은 수소 기반의 저탄소 플레이어로 진화해야 하는 필연적인 과제에 직면했다.
K-ETS 4차 계획기간 돌입…유상할당 상향·CBAM 전면 시행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수립하고 2026~2030년에 적용될 배출권 할당을 완료했다. 4차 계획기간의 배출허용 총량은 발전 부문 8억5000만 톤, 발전 외 부문 16억8000만 톤 등 약 25억4000만 톤 규모다. 이는 전기에 비해 5억 톤가량 감소한 수치다. 할당 구조는 무상 할당 21억 톤, 유상 할당 2억6000만 톤, 신증설 예비분 8900만 톤, 시장안정화예비분 8500만 톤으로 구성돼 있어 여전히 무상 할당 비중이 높지만 감축목표의 지속적인 상향은 구조적인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무상 할당 비율이 높은 3차 계획기간 탄소배출권인 KAU25는 이러한 가격 상승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4차에서는 탄소집약도와 무역집약도의 곱이 0.1 이상인 업종이 무상 할당 대상이 된다. 탄소집약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부가가치 생산액으로 나누어 계산하며 무역집약도는 해당 업종의 무역의존도를 나타낸다. 기존과 동일하게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은 무상 할당이 유지되는데, 철강과 비철금속,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이 무상 할당 대상 업종이다.
2025년 12월 17일 유럽연합(EU)은 기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6대 규제 품목(시멘트·전력·비료·철강·알루미늄·수소) 외에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한 최종재까지 적용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주요 최종재로 △철강·알루미늄 비중이 높은 자동차 부품 △철강·알루미늄이 포함된 가구, 의료기기, 방열기 등 복합재가 해당된다. 이렇게 확대된 품목을 담은 개정안은 유럽의회 승인을 거쳐 2028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특히 올해 1월 1일부터 EU의 CBAM이 전면 시행됐다. 수입업자는 EU 탄소배출권(EU ETS)과 한국의 탄소배출권(KAU)의 가격 차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곱한 만큼 CBAM 인증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현재 무상 할당 비율이 높은 3차 계획기간의 KAU25 가격은 EU 가격을 따라가지 못해 수출 기업들의 인증서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산업통상부·기후에너지환경부·중소벤처기업부·관세청 등 범정부 실무회의를 통해 CBAM 대응 실무회의를 개최했다. 범정부 지원 계획으로 △탄소배출량 산정, 보고, 검증 역량 강화 △탄소배출량 감축 △기업 담당인력 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관세청은 철강·알루미늄 최종재 포함 180개 품목의 ‘EU CBAM 규제품목 한-EU 품목번호 연계표’를 제작해 EU 품목분류 CN코드와 한국의 HSK코드를 1 대 1로 매칭함으로써 수출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KODEX 철강 ETF, 4차 계획기간 무상할당 감소에도 성장 모멘텀↑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 시행에 따른 배출권 무상 할당량 감소와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EU 탄소 관세의 직격을 맞는 업종은 철강 산업이다. 철은 생산 1톤당 1.8톤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되는 대표적인 탄소집약 제품으로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9%를 차지한다. 무상 배출이 허용되는 사전 할당량은 전기 대비 18.6% 감소하면서 한국철강협회는 2030년까지 업계가 총 5100만 톤의 배출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철강 업계는 이러한 탄소 관세 시대에 대응해 저탄소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인 핵심 기술은 철광석의 산소 분리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이다. 포스코는 2028년까지 포항제철소 내 30만 톤 규모 수소환원제철 설비 준공 및 검증으로 배출권거래제 4차 마지막 해인 2030년까지 기술 상용화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상장 철강 기업은 코스피 37개 기업(시가총액 44조 원), 코스닥 17개 기업(시가총액 1조7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총 54개 상장기업 중 애널리스트 추정치가 존재하는 기업은 11개뿐이다. 커버리지가 많지 않고 유동성도 작다 보니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규모도 미미했다. 국내 ETF로 상장된 철강 ETF는 둘뿐으로 시가총액이 280억 원인 KODEX 철강 ETF가 시가총액 70억 원인 TIGER 200 철강 소재 ETF보다는 컸다.
최근 한국 증시의 활황 속에도 철강 업종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있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 특히 오는 6월 예정된 스페이스엑스(SpaceX) 상장 기대감과 맞물려 우주항공용 특수합금 수요 확대 수혜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세아베스틸지주와 에이치브이엠이 대표적이다. 이 두 종목은 1년간 주가가 2~3배 급등하며 ETF 편입 종목 중 가장 강력한 주가 모멘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세아베스틸지주는 1년간 350%의 주가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29.4배, PBR 1.4배로 여전히 비싸지 않고 향후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 성장이 전망된다. 최근 시가 총액 대비 금융투자 순매수 강도가 강한 기업은 세아베스틸지주, 에이치브이엠, 포스코엠텍 순으로 강하게 유입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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