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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경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중국 대표 빅테크들은 인공지능(AI) 동영상 생성 모델과 기술력이 한층 높아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으로 강력한 '첨단기술 굴기'를 과시하고 있지만 일반 중국 직장인들은 차가운 명절 경기를 절감하고 있어서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직장인들의 올해 춘제(음력 설) 분위기가 예년보다 싸늘한 편이다.
몇년 전만 해도 이 시기엔 SNS마다 거액의 보너스 수령을 자랑하는 게시글이 넘쳐났지만 올해는 보너스에 대한 언급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중국 직장인들에게 춘제 시기에 지급되는 연말 보너스는 기업들의 경기 전망, 산업 동향 그리고 향후 경제 향방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 둔화와 기업들의 수익 마진 압박,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보너스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지급 빈도도 줄고 직급별 불균등 수준도 심화됐다는 게 현지 직장인들의 전언이다.
SCMP는 "대부분 기업들이 보너스 지급 내역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며 "정보기술(IT)와 부동산 호황기엔 직원들에게 후한 보너스와 선물이 쏟아졌지만 올해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인력관리(HR) 컨설팅 전문 업체인 랜스타드의 '중국 2026년 시장 전망 및 급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26%는 지난해 연말 보너스 지급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광저우에 거주하는 한 직장인은 SCMP에 "수익성이 높고 성장세가 빠른 소수의 인공지능(AI) 및 빅테크를 제외하면 대부분 산업에선 연말 보너스가 지급되지 않거나 지급되더라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인력 증원도 거의 없고, 대다수 부서에선 채용도 동결했다는 설명이다.

공공 부문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드러나고 있다. 광저우의 한 공무원은 "올해 성과급으로 받은 금액이 한 달치 월급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몇 달 동안 비정규직 직원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며 "인력 감축과 예산 삭감이 지방 부서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 글로벌 기업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독일 화학 기업의 한 관계자는 "환율 변동과 본사의 평가 기준 때문에 보너스 지급 규모가 줄었다"며 "지난해 전사적인 임금 동결 이후 올해는 소폭 임금 인상만 이뤄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비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의 경우 연말 보너스 지출이 전년 대비 약 70% 증가했다. 직원 중 90% 이상이 목표 이상의 보너스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연말 보너스 격차 확대는 중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밀접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우선시하는 산업 정책이 기업의 기대치와 인센티브 제공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란 얘기다.
한 관계자는 "AI와 로봇 등 첨단기술, 전자상거래 관련 분야는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소비재 산업보다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첨단기술 제조업과 전략적 신흥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지원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인 제조 기업들은 훨씬 더 큰 수익 압력에 직면해 있는 데다 과잉 생산과 부진한 국내 수요 그리고 심화되는 경쟁으로 인해 보너스 삭감이 줄잇고 있다"고 했다.
광둥성 제조업 중심지인 동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리청씨는 "주문량 부족으로 많은 공장들이 예년보다 일찍 춘제 연휴를 맞아 생산을 중단했다"며 "연말 보너스를 이용해 연휴 기간의 주문 폭주 이후 조기 복귀를 유도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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