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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땅 무엇이든 주겠다”...소프트파워에 '목숨 거는' 카타르

입력 2026-02-18 13:58   수정 2026-02-18 13:59



지난 4일 찾은 카타르 도하의 이슬람예술박물관(MIA).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 거장 이오밍 페이(1917~2019)가 설계한 이 건물은 페르시아만의 바다를 배경으로 작품처럼 서 있었다. 아름다운 외관 앞에서 연신 셔터를 누르는 관광객들 너머로 탁 트인 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태국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리크리트 트라바니자가 화덕에 빵을 구워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었다.

놀라운 건 이 공원 전체가 박물관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 매립지라는 사실이다. 카타르가 페이에게 이 박물관 설계를 처음으로 제안한 건 1999년. 당시 82세였던 페이는 은퇴한 상태였지만, 왕실의 간청에 조건 하나를 내걸었다. “다른 빌딩들이 박물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카타르 왕실은 이를 위해 박물관 전용 인공섬을 새로 조성했다. 매립 및 공원 조성, 박물관 건축에 투입된 예산은 1조 원 이상. 여기에 더해 카타르는 박물관 소장품도 최고 수준으로 채우기로 약속하고 전 세계 경매장에서 이슬람 관련 유물을 최고가로 쓸어담았다.



덕분에 페이는 은퇴를 번복하고 세계 각국을 돌며 이슬람 건축을 답사한 뒤 마지막 걸작을 내놨다. 지금 MIA는 중동을 대표하는 최고의 박물관으로 꼽힌다. 소프트파워를 확보하는 데 국가의 모든 힘을 동원하는 카타르의 전략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생존 위해 소프트파워에 ‘올인’

20세기 후반부터 카타르 왕실은 미술과 스포츠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프랑스 축구구단인 파리 생제르맹 FC(PSG)를 인수한 게 단적인 예다. 미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세계적 랜드마크의 지분을 사들이고, 2000년대 초반에는 아랍권 방송사인 알자지라를 설립해 인접 아랍 국가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서구 일각에서는 ‘졸부의 취미 생활’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 카타르의 생존 전략이었다. 카타르 면적은 약 1만1580㎢. 경기도(약 10,195㎢)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의 소국인 데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다. 거주 인구도 300만명으로 많지 않다. 그나마도 90% 이상이 외국인이다. 천연가스와 석유 덕분에 부유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라는 두 강국 사이에 끼어 있다. 1971년 건국 이전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은 땅이라 역사도 짧다. 불안한 중동 정세를 고려하면 언제든 국가의 존립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카타르는 문화를 통해 국제 사회에 끊임없이 존재감을 드러내기로 했다. 메흐란 캄라바 미국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정치학과 교수는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해 주변국이 침략하기에 부담스러운 나라를 만드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카타르는 지난 20년간 명작 구입에 수조원을 들였다. 2012년에 폴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에 2억5000만달러(약 3620억원), 2015년에는 폴 고갱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언제 결혼하니’에 3억달러(4345억원)를 지출한 데 이어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에 1억79000만달러(약 2593억원)를 지불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카타르만의 정체성 확립에도 공을 들였다.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장 누벨이 설계한 카타르 국립 박물관 건물은 이런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카타르 사막 모래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결정체인 ‘사막의 장미’를 형상화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현지 가이드는 “카타르의 문화적 수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로, 도하 방문객들의 필수 코스”라고 소개했다.

미래 먹거리 만드는 카타르

카타르는 초대형 공공미술 작품 설치에도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다. 카타르 박물관청 관계자는 “비록 과거의 유산은 없지만, 먼 미래에 문화유산이 될 작품들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설치미술 거장인 리처드 세라가 사막 내 자연보호구역에 거대한 철판 4개를 세운 작품 ‘동-서/서-동(East-West/West-East)’이 대표적이다. 2009년 기획에 들어가 2014년 설치가 완료된 이 작품의 설치 비용은 최소 수백억 원대로 추산된다.




올라퍼 엘리아슨이 사막에 세운 ‘낮의 바다를 여행하는 그림자들’은 7년에 걸쳐 완성된 설치 작품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카타르는 작가들에게 시장가보다 40% 이상 높은 가격을 제안하고 입지 선정 등에 전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귀띔했다. 덕분에 카타르에 설치된 작품들은 해당 작가들의 최고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5일 둘러본 이 작품들은 도하에서 차로 2~3시간 걸리는 사막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지만 관광객들이 대절한 차량들로 북적였다.

이 밖에도 카타르는 폐소방서를 예술가 레지던시로 개조한 파이어스테이션 현대미술관(현대미술), 도하 디자인 지구(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 영역으로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셰이카 알 마야사 카타르 박물관청 의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일관된 문화 정책을 추진해왔다는 게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이런 투자를 통해 에너지 경제를 지식 기반 사회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도하=성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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