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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억만장자세'로 불리는 부유세 도입이 추진되면서 부유한 주민과 기업가들의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 이들이 옮기는 자본·일자리·세수가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우세 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공지능(AI) 정책을 총괄하는 'AI 차르'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를 피해 지난해 텍사스로 이주했다. 색스 위원장이 운영하는 벤처 투자사 '크래프트벤처스'는 지난해 12월 말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 오스틴에 새 사무실을 열었고, 색스 위원장 역시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색스 위원장은 "부유세는 여러 지역에서 시도됐지만 항상 역효과를 낳았다"며 억만장자세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SNS를 통해 "오스틴이 샌프란시스코를 대신해 기술 수도가 될 것"이라며 다른 실리콘밸리 인사에게도 오스틴 이주를 촉구했다.
텍사스 주정부 역시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의 대변인은 "사람과 기업은 발로 투표하고 있으며, 그들은 어느 주보다 텍사스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텍사스가 법인세와 개인소득세가 없고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을 갖추고 있어 캘리포니아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들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기존 인구 이동 추세를 더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세청(IRS)과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텍사스와 플로리다는 순인구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같은 기간 가장 큰 순유출을 기록했다. '억만장자세'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말까지 최소 6명의 억만장자가 캘리포니아를 떠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탈 흐름은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언리시프로스퍼리티의 스티브 무어 공동창립자는 제안된 부유세를 앞두고 실리콘밸리의 고위급 기술 억만장자들이 잇따라 이전하면서 캘리포니아의 세원 기반이 계속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세원은 지난해 말 큰 타격을 받았다"며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이 현재의 부뿐 아니라 미래의 부까지 함께 가져갔다"고 말했다. 무어는 "낮은 세금과 경제적 자유, 미래 번영을 찾아 플로리다와 텍사스 같은 주로 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정치인들과 노조가 추진하는 '억만장자세'는 올해 1월 1일 기준 순자산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 이상인 캘리포니아 주민에게 자산의 5%를 일회성으로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소득이 아니라 자산에 과세하고, 미실현 이익까지 포함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포브스는 납세자 이탈과 법적 저항이 없다는 가정하에 2027~2031년 사이 200명 이상의 억만장자로부터 약 1000억달러(약 145조원)의 세수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재원은 메디케이드와 아동 교육 프로그램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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