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243.73
(548.18
9.46%)
코스닥
1,011.61
(126.09
11.08%)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국제개발협력은 어떻게 ‘신성장 엔진’이 되는가

입력 2026-03-04 06:01   수정 2026-03-04 13:23

[한경ESG] 러닝 - 국제개발협력



세계 경제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차이와 강대국 간 패권 경쟁, 그리고 자국 우선주의라는 삼중고 속에서 자유무역 질서와 다자주의가 크게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보 논리와 경제 논리가 결합된 새로운 장벽들이 들어서고 있다. 한국의 수출 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최대 교역국이었던 대중국 수출 비중이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미국과 아세안 시장이 채우며 수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었다. 시장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 전략으로 인식된다. 인구 성장과 잠재력이 폭발하는 아시아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가 새로운 돌파구로 지목되는 이유다. 이미 일본과 중국 등 주요 경쟁국들은 글로벌 사우스의 전략적 부상에 주목하며, 이를 자국의 경제안보 정책과 긴밀하게 연계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사우스 시장 진입에는 현지에 깊숙이 내재된 복합적인 리스크가 거대한 장벽으로 존재한다. 정책의 불확실성, 투자금 회수의 어려움, 그리고 전력 및 상하수도 등 기초 물리적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 등이다. 바로 이 딜레마의 교차점에서 공적개발원조(ODA)로 대표되는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가치가 조명받고 있다. 과거 빈곤 퇴치라는 시혜적 원조의 프레임을 벗어나, 국가와 기업 간 투자협력의 장애요인인 인프라 및 환경 규제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낮추는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으로 진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각된다. 특히, 오늘날 가장 중대한 화두인 회복탄력적 자원 공급망 구축과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생태계 확장 분야에서 ODA가 어떠한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ODA로 자원 공급망 파트너십 구축

현재 글로벌 경제 안보의 핵심 과제는 단연 ‘자원 안보’다.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과 AI 인프라 구축의 선결 조건인 전략 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국가 생존을 좌우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원을 시장 논리에 따라 구매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제 자원은 전략 자산화되었고 공급망은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강화되는 환경 및 산업 규제는 개도국으로의 자원 확보와 투자 전략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글로벌 사우스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선진국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에게 이는 실질적인 무역 장벽이 되고 있다. 현지 투자한 생산시설의 공정 효율화만으로는 2026년 본격 시행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핵심원자재법(CRMA) 등에 의한 막대한 환경 규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개도국 현지 공장이나 협력업체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Scope 3)에도 선진국의 엄격한 친환경 잣대가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전력망 자체가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개도국에 대규모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면 기업은 현지의 인건비와 토지 비용으로 얻은 원가 절감의 이익을 선진국 국경을 넘을 때 부과되는 탄소 관세로 고스란히 토해내야 하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복합 위기 속에서 ODA는 자원 부국인 글로벌 사우스와 굳건한 신뢰를 구축하고 끊어진 공급망을 다시 잇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각되고 있다. 개도국들 역시 이제는 단순한 원자재 수출을 넘어, 자국 내 제조 기반을 다지고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여기에 ODA의 새로운 해법이 제시된다. 한국의 친환경 에너지 기술과 자원 가공 노하우를 패키지로 제공하고, 이를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과 연계하는 상호 호혜적인(Reciprocal)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원 개발과 가공, 운송에 필수적인 전력 및 물류 인프라를 고효율·안전·친환경 기술로 지원함으로써 개도국의 산업화 니즈와 기후대응 노력을 충족시키고, 개도국의 성장 잠재력과 한국의 제조 역량이 결합한 ‘회복탄력적 공급망 파트너십(Resilient Supply Chain Partnership)’을 완성하는 접근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AX가 여는 지능형 도약의 새 지평

회복탄력적 실물 자원 공급망 구축과 더불어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지향해야 할 또 하나의 핵심 축은 ‘AX(인공지능 전환)를 통한 신성장 동력의 창출’이다. 전통적인 중간재 공급망 협력이 실물 경제의 생존을 담보하는 ‘안정성(Stability)’의 영역이라면, AI 기술과 데이터를 매개로 한 디지털 협력은 경제권의 '확장성(Scalability)'을 비약적으로 넓히는 강력한 미래 전략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폭발적인 부상과 보편화는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전반에 전례 없는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과거의 공적개발협력이 도로 포장이나 기초 보건의료 같은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면, 다가오는 시대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보이지 않는 ‘디지털 인프라’의 구축과 국가적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확립이 매우 중요한 핵심 의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선제적으로 수용하여 국제개발협력의 외연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공개한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6~2030)’(안)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다. 정부는 이 계획안을 통해 ODA 중점 지원 분야에 ‘인공지능(AI)’과 ‘문화’를 새롭게 포함하였다. 이는 단순히 지원 항목을 늘리는 차원이 아니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AI 및 ICT 역량을 기존 사업 전반에 융합하여 높은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대규모 융복합 사업을 통해 개발협력의 근본적인 효과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국가적 청사진으로 해석된다.

개도국들은 이미 AI를 단순한 신기술 도입이 아닌 자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할 핵심 성장 동력(Growth Engine)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선진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AI 생태계와 데이터 주권을 갈망한다. 이러한 'AX 수요'는 한국의 산업 역량과 글로벌 개발 수요가 만나는 전략적 접점이 된다. AI 생태계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막대한 전력을 공급할 에너지 시스템, 고성능 연산을 뒷받침할 데이터센터,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즉, AI ODA는 필연적으로 반도체, 전력망, 수처리 등 한국의 '하드웨어 인프라 역량'과 개도국의 ‘디지털 전환 수요’가 결합하는 산업 생태계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급격한 기술 발전 이면에는 항상 그림자가 존재한다. 무분별한 AI 시스템 도입이 개도국의 취약한 노동 시장에 미칠 충격이나 지식 소외 계층 양산에 대한 우려도 높다. 따라서 디지털 ODA는 단순한 하드웨어 중심의 투자를 넘어서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AX ODA는 ‘모두를 위한 그린 AI(Green AI for All)’ 접근법에 입각하여 사람 중심의 철학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기술 투자를 넘어 AI 운영과 데이터 관리를 위한 현지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해소하는 실질적인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개도국에 인프라와 인적 자본을 함께 지원한다면, 이는 한국이 지속가능한 AI 성장모델 정립에 기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기구,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의 전략적 동반자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글로벌 사우스의 공급망 재편과 전 국가적 규모의 AI 인프라 확충은 개별 국가나 민간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어렵다. 재무적, 법률적 리스크의 규모와 난이도가 절대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예상치 못한 매몰 비용이 발생할 위험이 상존한다. 여기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국제사회의 확고한 공신력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국제기구와의 전략적 협업 체계다. 국제기구는 개도국 정부와 직접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외교적 지위를 갖추고 있으며, 다자개발은행(MDB) 등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기구라는 ‘전략적 동반자’에 우리 정부가 자금을 출연하여 글로벌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신탁기금(Trust Fund)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순히 재정적 리스크를 분담하는 것을 넘어선다. 개도국 현지에서 단기간에 쌓기 힘든 '신뢰 자산'을 국가 간에 협력하여 공유하는 플랫폼을 함께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에 출연한 ‘한국 그린뉴딜 신탁기금(KGNDTF)’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금은 개도국의 수요와 한국의 그린뉴딜 경험 및 기술력을 정교하게 매칭하는 투자 인큐베이터이자 상호 신뢰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앞서 살펴본 '공급망'과 'AI' 분야의 거대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KGNDTF가 새롭게 지원하는 두 가지 핵심 이니셔티브는 국가와 기업 간 투자 협력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한다.

첫째, 환경 규제가 낳은 공급망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GVCM) 이니셔티브다. 선진국의 환경 규제가 실질적인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양질의 해외 탄소배출권 확보는 수출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 이니셔티브는 개도국 정부와의 굳건한 파트너십을 통해 투자 기업들이 탄소 크레딧을 신뢰성과 효율성 있게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투자협력 채널을 마련한다. 즉, 기업이 직면한 탄소 리스크로 인한 투자위축 위기를 정부와 국제기구가 앞장서서 해소해 주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안전판이 되는 셈이다.

둘째, 디지털 전환의 확장성을 지원하는 ‘모두를 위한 그린 AI(Green AI for All)’ 이니셔티브다. 이 프로그램은 개도국에 친환경적인 AI 인프라 보급과 산업육성을 지원함으로써 현지의 신성장을 견인한다. 막대한 초기 자본과 불확실성이 수반되는 데이터센터 및 전력망 구축 사업에서 신탁기금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민간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도국은 필요한 개발 자금을 유치하고, 참여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공신력을 입증할 결정적인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전략적 협업은 불확실성 시대에 투자 자본 유입을 촉진하고, 혁신 기술이 성장의 결실을 함께 나누는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정부와 국제기구가 닦아놓은 단단한 신뢰 자산 위에서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주인공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새롭게 지향해야 할 국제개발협력 모델이다.

상생의 번영을 주도하는 힘, ODA로 여는 ‘전략적 신뢰 자산’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복합 위기 속에서, 국제개발협력은 한국 경제가 상생의 번영을 주도하기 위한 '핵심적 신뢰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제 ODA는 단발적인 지원을 완전히 넘어서야 한다. 개도국의 성장 잠재력과 한국의 혁신 역량을 결합하는 ‘전략적 가치사슬의 형성’이자 ‘실질적인 투자협력 촉진’ 수단으로 발전해야 할 시점이다. 이 거대한 전환의 여정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 공공의 확고한 리더십과 국제기구의 글로벌 공신력, 그리고 민간 기업의 혁신 역량이 견고한 삼각편대를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불확실성의 파고를 함께 넘고 새로운 성장의 과실을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전덕우 글로녹색성장기구(GGGI) 박사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