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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에 발목 잡힌 항공사…여객 늘었지만 수익은 '글쎄'

입력 2026-02-18 16:12   수정 2026-02-18 20:46


지난해 글로벌 항공 여객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늘길은 붐볐지만 정작 항공사의 손에 쥐어진 이익은 미미했다. 공급망 붕괴로 신규 항공기 인도가 지연되면서 노후 기재 유지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은 영향이다. 항공기 교체 시기를 놓치며 발생한 추가 정비비와 연료비 등 매몰 비용만 지난해 110억달러(약 15조9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기 제조업체의 공급망 병목 현상이 올해도 이어져 항공업계의 수익성을 갉아먹을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 탑승률 역대 최고
IAT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여객 수요는 RPK(유상여객 ㎞·유상 고객 수와 운항거리를 곱한 값) 기준으로 2024년보다 5.3%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항공기 좌석 중 탑승객 비율을 뜻하는 평균 탑승률 역시 83.6%로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아프리카 여객 수요는 전년 대비 9.4% 급증하며 글로벌 성장을 견인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역시 7.8% 늘어나며 뒤를 이었다.


하지만 여객 수요 증가가 항공사의 영업이익으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았다. 신규 항공기 인도 시점이 늦어지면서 낡은 항공기 정비와 연료비 등으로 110억달러(약 16조원)를 썼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신규 항공기를 넘겨받으면 안 써도 될 돈이다. 신형 항공기가 늦게 들어오면 항공사는 유지비가 많이 드는 노후 비행기를 써야 한다. 엔진 정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대체 엔진을 빌려 쓰는 임차료와 비상용 부품 재고 확보를 위한 관리비가 급증했다.

정비 인력 부족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항공사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소다. IATA는 “손실액의 3분의 2(약 73억달러·약 10조5000억원)는 노후 항공기 운용 연장에 따른 연료비 및 정비비 증가에서 발생했다”며 “항공사들이 평균보다 2년 더 오래된 기재를 억지로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공급망이 멈춰 선 이유는 복합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보잉과 에어버스를 비롯한 주요 제작사가 공장 가동을 멈추며 숙련 근로자가 대거 현장을 떠났다. 숙련공의 빈자리는 생산 효율성 저하로 이어졌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공급망 회복의 걸림돌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항공기 제작의 핵심 원자재인 티타늄과 니켈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다. 티타늄 공급 부족은 기체 프레임 생산 속도를 떨어뜨렸다. 니켈 수급 불안은 고성능 엔진 제작 지연의 원인이 됐다.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항공기 제작사의 백로그(주문 잔량)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쌓였다.

항공기 제작은 글로벌 분업 체계 아래 이뤄진다. 보잉의 대표 기종인 B787 한 대에는 부품 약 230만개가 들어가는데 이 중 30%가 외국산이다. 동체는 이탈리아(알레니아), 날개는 일본(가와사키), 엔진은 영국(롤스로이스) 등에서 들여오는 식이다.
◇올해 수익성도 먹구름
올해 전망도 어둡다.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항공 서밋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회복된 이후에도 공급망 차질은 여전히 항공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안타깝게도 이 같은 차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IATA는 올해 여객 수요가 4.9%, 화물 수송량이 2.4%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요 증가에도 순이익률은 지난해와 같은 3.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 역사상 최고 호황기인 2015년 이익률(5.0%)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올해 승객 1인당 순이익은 지난해에 이어 7.9달러(약 1만1000원)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순이익률이 2.3%, 승객 1인당 이익은 3달러(약 4300원)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환율로 항공기 리스료 등 각종 고정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신규 기재 도입까지 밀려 노후 항공기를 계속 가동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항공사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질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형 항공기 도입 지연에 국내 항공사도 수익성 '뒷걸음'
대한항공 4분기 정비비 76% 증가…정비시설 부족한 LCC는 더 심각
국내 항공업계도 영향권에 놓여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유류비·정비비 등 각종 비용 급증과 공급망 차질에 의한 항공기 노후화가 실적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객 수요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치솟는 운영 비용을 매출 증가세가 따라잡지 못하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후 여객기 정비비 ‘껑충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 도입이 계획보다 1년 가까이 밀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내 보잉 항공기 30대를 들여오기로 했지만, 최근 도입 시점을 2027년으로 늦췄다. 여객기 40대를 보잉에서 2027년까지 받기로 한 제주항공도 2029년에나 인도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발이 묶인 항공사는 연비가 떨어지고 정비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노후 여객기를 계속 투입하며 버티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해 4분기 정비비를 전년 동기 대비 76%가량 더 썼다. 신규 항공기 인도가 늦어지면서 기존 기재의 정비 주기를 연장하고, 엔진 등 핵심 부품의 예비분을 확보하는 데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면서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자체 정비 시설이 부족해 외부 전문 업체에 맡겨야 하는 만큼 정비 비용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새 항공기 공급 부족 탓에 항공기 리스료(임차비용)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30%가량 오르면서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도입 시점에 맞춰 신규 노선을 취항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LCC ‘적자 쇼크’
고환율 리스크도 항공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 늘어난 16조501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539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9% 감소했다. 유류비(+4%), 인건비(+12%), 감가상각비(+23%) 등 고정비가 크게 증가해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적자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매출이 6조196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42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화물기 사업부 매각 영향으로 화물 노선 수익이 44.3% 급감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LCC인 진에어는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5.0% 감소한 1조3811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6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티웨이항공도 매출(1조7560억원)이 14.3% 늘어날 전망이지만, 254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항공 역시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18.4% 감소한 1조5799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10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항공사는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우주사업본부를 통해 항공통제기 및 전자전기 사업 등 방위산업 수주를 강화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에 나섰다. 진에어는 ‘통합 LCC’ 출범을 통해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객 수요가 늘어도 고정비와 금융 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며 “올해는 노선 효율화와 부대 수익 확대를 통한 생존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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