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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AM 시행에 탄소비용 부담 가중…저탄소 기술 투자 시급

입력 2026-02-18 16:09   수정 2026-02-18 16:10


탄소에도 ‘관세’가 붙는 시대가 열렸다.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년간의 전환 기간을 마치고 본격 시행에 들어가서다. 그동안 배출량을 산정해 보고하는 데 그쳤다면, 이젠 배출량에 상응하는 비용을 실제로 지급해야 한다. 단순 공시의 시대는 끝나고 탄소가 곧 비용이 되는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기업들은 EU로 수출하는 제품에 포함된 탄소배출량만큼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적용 대상은 철강을 비롯해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기 등 6개 업종이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과 맞닿아 있다. CBAM은 환경 규제를 넘어, 한국 제조업 전반의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무역 변수로 떠올랐다.
◇CBAM 본격 시행
CBAM의 핵심 취지는 명확하다. EU 역내 기업과 역외 기업 간 탄소비용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EU는 이미 역내 기업에 대해 배출권거래제(EU ETS)를 통해 탄소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이 낮은 탄소비용을 바탕으로 EU 시장에 유입될 경우다. 이 경우 EU 기업은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탄소누출(carbon leakage)’ 현상이다. CBAM은 이 같은 왜곡을 막기 위해 수입품에도 EU ETS 가격 수준의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현재 EU ETS 가격이 t당 70유로(약 1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일수록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예컨대 철강 1t 생산 과정에서 약 1.5~2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가정하면 t당 10만~15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범용 철강 시장에서는 이 정도 비용 차이가 수주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최근 글로벌 ESG 환경의 변화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8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탈퇴를 공식 통보하며 기후 정책을 전면 후퇴시켰다. EU도 지난해 12월 옴니버스 I 패키지를 통과시키며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적용 범위를 90% 축소하고,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대상도 대폭 완화했다. 블랙록, JP 모건 등 글로벌 금융회사가 넷제로 이니셔티브에서 이탈하면서 이른바 ‘반(反)ESG’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EU로 수출하는 기업의 탄소 비용 부담은 오히려 증가했다. ESG 공시 규제는 완화됐지만, CBAM이라는 ‘실질적 탄소 관세’는 예정대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정치적 수사와 실제 규제는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ESG라는 용어를 쓰든 안 쓰든 탄소 배출에 따른 비용 부담은 현실이 됐다. 투자자들은 이 ‘역설’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반ESG 분위기에 휩쓸려 탄소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면 실질적 비용 증가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CBAM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한 사이, 중국은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사 바오우강철은 지난해 12월 23일 광둥성 잔장에서 세계 최초의 100만t급 ‘근(近)제로 탄소’ 철강 생산 라인을 가동했다. CBAM의 본격적인 시행을 불과 8일 앞둔 시점이다. 이 생산 라인은 수소 기반 샤프트 퍼니스와 전기로, 연속주조 공정을 결합해 연간 약 180만t의 저탄소 강판을 생산할 수 있다. 기존 고로(BF-BOF) 방식 대비 탄소 배출을 50~90% 줄인 것이 특징이다.
◇저탄소 기술 투자 시급
국내에서도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저탄소 강판을 개발하고 있지만,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투자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CBAM은 새로운 리스크 평가 기준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투자사는 이제 투자 대상 기업이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이에 대응해 많은 기업이 내부 탄소가격제(internal carbon pricing, ICP)를 도입해 미래의 탄소비용을 사업계획에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기업 중 ICP를 도입한 기업은 2020년 853개에서 2024년 150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ESG 투자 흐름 역시 세분화하고 있다. ESG 펀드는 CBAM 적용 품목 비중이 높으면서 탄소 감축 실적이 저조한 기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반면 수소환원제철과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PFZW)과 파워 모니터링 엑스퍼트(PME)가 블랙록에서 230억달러 이상을 철회한 사례 역시 기후 리스크 관리가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가 차원의 대응도 본격화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초 CBAM을 ‘차별적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바오우강철 등을 통해 CBAM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겉으로는 WTO 제소를 언급하며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실제로는 저탄소 제철 기술 상용화로 유럽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계산이다. 미국도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미국판 CBAM인 청정경쟁법(CCA, clean competition act)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ESG 기조와 무관하게 탄소국경조정은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으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K-ETS) 가격과 EU ETS 가격의 차액을 최소화해 이중 부담을 줄이는 제도 정비를 추진 중이다. 현재 K-ETS 가격이 t당 약 1만원 수준으로 EU ETS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 격차는 곧 한국 수출 기업의 CBAM 비용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CBAM은 이제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새로운 무역 질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탄소는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수익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비용이 됐고 기업에는 기술 혁신을, 투자자에게는 탄소 리스크를 읽는 안목을 요구하고 있다. 배출을 얼마나 줄였는가보다 탄소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기업의 미래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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