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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기업의 공급망 협력 기회

입력 2026-02-18 16:06   수정 2026-02-18 16:07

지난해 설 연휴 딥시크(DeepSeek)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을 시작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항공·우주 분야까지 중국이 선보인 첨단기술이 주목받았다. 이 같은 중국의 혁신 기술 약진에 대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면서 한동안 발걸음이 뜸하던 우리 기업의 방중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오랫동안 분업 중심으로 공급망 협력을 이어왔다. 과거 중국은 우리 기업의 제조·생산기지 또는 패키징 등 후공정을 위한 가공기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무역관을 찾은 고객사를 지원하며 살펴본 양국 기업의 협력 방식은 이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양상이다.

실제로 D사는 20년 넘게 글로벌 에너지기업의 발전 설비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의 중소기업이다. 주요 고객사가 북미 지역에 있어 그동안 중국 출장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 조선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후 매달 중국을 오가며, 현지 기업과 다양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

중국 장쑤성 난통 전시회에서 만난 D사 관계자들은 누구보다 바빠 보였다. 중국 조선소와 에이전트 관계자 미팅도 있었지만, D사와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기업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구매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생산 비용도 같이 오르면서, 단가와 품질 등 조건이 맞는 경우 자재 구매나 위탁생산 등 다양한 방식의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D사는 중국을 수출시장이자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를 위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었다.

장쑤성 우시에서 만난 R사는 기계 설비·장비에 필요한 전력장치 부품을 제조한다. 대학 연구소에서 일했던 R사 대표는 수입에 의존하던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창업했고, 이후 양산도 성공했다. 기존 거래처 소개로 중국 장비 제조사에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내 고객사가 늘어났다.

R사는 당초 중국 고객사 대상 정비·점검을 위해 현지 에이전트 발굴을 원했지만, 현지 협력사는 합작투자 방식의 중국 진출을 제안했다. 이들은 “많은 장비 제조사가 아직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포진해 있지만, 중국 장비 제조사도 기술 역량을 강화한 자립화를 추진 중”이라며 “미리 거래 실적을 쌓고, 고객 관리에 직접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양국 기업 간 협력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더욱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방향을 보고 있는 것이다.

기업 간 협력에서 항상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각종 센서를 제조하는 C사는 쑤저우 W사와 함께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두 기업은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경쟁 관계로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C사는 브랜드 인지도와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갖추고 W사와 함께 다양한 제품군을 구성한다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와 기술력 강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만큼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앞서 소개한 D사의 거래처는 자회사를 설립해 동종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R사 상황도 다르지 않다. 중국 내 소재와 부품 경쟁력을 고려할 때 아직은 경쟁 우위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최대 수요처인 중국 시장과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중국 기업과의 협력은 여전히 중요한 기회가 된다. 협력을 통해 상생의 기회를 넓히되 향후 심화할 수 있는 경쟁 관계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이든 획일적인 접근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한중 기업 간 공급망 협력은 각자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리 기업은 경쟁력 향상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존 공급망과 새롭게 구축되는 공급망에 전략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호전되는 한중 관계 속에서 우리 기업이 새롭게 기회를 잡는 방법일 것이다.

박지수 KOTRA 난징무역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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