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자이자 영국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인 저자 던컨 웰던은 전쟁을 도덕적 광기나 지도자의 폭주로만 설명하는 기존 서술을 뒤집는다. 전쟁은 비합리적 선택이 아니라 당시의 개인과 국가가 처한 제도와 보상 체계 속에서 내려진 ‘합리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왜 전쟁은 막대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저자는 돈의 흐름과 동기의 구조에서 찾는다.
책에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담겼다. 바이킹의 약탈을 멈추기 위해 유럽 통치자들이 지급한 조공 ‘데인겔드’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이 아니었다. 바이킹은 은을 묻어두지 않고 다시 시장에서 소비했고, 이는 생산과 세금을 자극해 중세 경제를 활성화했다. 반대로 신대륙에서 막대한 금과 은을 확보한 스페인은 오히려 가난해졌다. 외부 자원에 의존한 절대왕정이 의회와 조세 제도의 발전을 막았고, 결국 재정 파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쟁과 약탈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 결정적 요인은 자원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운영한 제도와 유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전쟁의 승패 역시 동일한 논리로 설명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의 성과 보상 체계는 단기 전과를 과도하게 강조해 장기적 전략을 붕괴시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과장된 정보와 잘못된 평가가 국제사회의 대응을 지연시켰다. 같은 자원과 기술을 보유해도 어떤 보상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 아래 놓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전쟁사를 넘어 현대 조직과 정책 결정 전반으로 확장된다. 사람들은 어떤 유인 속에서 움직이는가, 제도는 어떤 선택을 유도하는가. 저자는 전쟁을 감정이나 이념이 아닌 구조와 선택의 문제로 바라볼 때 비로소 세계의 갈등을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쟁을 ‘누가 이겼는가’가 아니라 ‘왜 그런 선택이 가능했는가’로 읽어내는 시선이 중요하다는 통찰을 제시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