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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대 증원,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결정해야

입력 2026-02-18 17:19   수정 2026-02-19 00:03

정부가 내년부터 지역의사 선발 등을 명분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비록 전 정부처럼 엄청난 증원은 아니지만 저출생으로 줄어드는 고교 졸업자 수와 우리 산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잘못된 정책 방향이다.

얼마 전 후배 교수에게 전화하며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는지 물었다. 그는 잠시 말을 흐리더니 이렇게 답했다. “저희 때는 전국 상위 1~2% 학생이 서울공대에 왔는데, 지금은 4% 수준이고, 작년 의대 증원 때는 더 내려갔습니다.” 물론 공대에는 아직 우수하고 도전적인 학생이 진학하지만 저출생과 의대 쏠림이 인재 확보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상위권 인재의 향방은 분명히 국가 미래를 결정한다.

필자는 지난 몇 년간 중국 대학을 방문하며 그들의 압도적인 인재 규모와 시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보다 10배 이상 많은 이공계 졸업생이 매년 배출된다. 칭화대와 상하이 자오퉁대, 저장대 등에는 상위 0.3% 이내의 천재가 모여든다.

중국의 산업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과 정면충돌한다. 우리가 그나마 확고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영역은 메모리 반도체다. 그러나 중국은 CXMT(D램)와 YMTC(낸드플래시)를 필두로 국가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올해 상하이 증시 상장이 예정돼 있으며, 그 후에는 엄청난 시설 증강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 인력 추계위는 2037년에 의사 수천 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는 10만 명이 넘는 전체 의사 수의 5% 안팎에 불과하다. 절대적 총량 부족이라고 부르기 어려우며 더구나 인공지능은 의사의 생산성을 급속히 높이고 있다. 현재 일부 필수의료 공백은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정책의 문제다. 진짜 위기는 10~20년 뒤 젊은 노동 인력 감소와 주력 산업 붕괴로 의료보험 재정을 지탱할 경제기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의대 증원이 아니다. 첫째 이공계 인력의 생애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의대 쏠림의 뿌리에는 IMF 외환위기 당시 기술자가 겪은 대량 해고의 트라우마가 있다. 정책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인재는 계속해서 ‘안전한 길’인 의대로만 몰려들 것이다. 둘째 이공계 교육에 획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일례로 항저우 저장대학의 연구단지는 우리나라 전체 연구단지를 합쳐 놓은 규모다. 반면 우리나라의 이공계 교육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레토릭(수사)에 머물러 있다.

6·25전쟁 당시 장진호에서 미군은 중공군의 인해전술과 맞닥뜨렸다. 지금 우리 산업이 처한 상황은 그때와 같다. 그럼에도 정부와 대중은 의사 부족만 언급할 뿐, 산업 인재 고갈이 불러올 국가적 재앙에는 무감각하다. 의료는 내수 산업으로 수출로 외화를 벌어오지 못한다. 비유하자면 의대 증원은 장진호에서 최전선을 지켜야 할 정예 병력을 후방으로 빼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가 인력 수급 계획에서 이공계가 후순위로 밀리는 순간, 이 나라의 성장 엔진은 영원히 멈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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