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북미 최대 주방·욕실 박람회 ‘KBIS 2025’ 행사장은 그야말로 ‘돗대기 시장’이었다. 가전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일반 소비자는 물론 건설회사, 인테리어 업체 등 빌트인 가전으로 차별화를 노리는 기업 관계자까지 한꺼번에 몰려서다. 650여 개 기업이 내놓은 최신 제품과 미래 콘셉트를 둘러보기 위해 이날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만 4만여 명에 달했다.
이날 확인한 주방·욕실 가전의 키워드는 프리미엄과 인공지능(AI)이었다. LG전자,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은 보급형 제품보다 성장세가 가파른 고급 제품 위주로 전시장을 꾸몄다. AI는 이제 TV와 에어컨이 놓인 거실과 안방 등 생활공간을 넘어 샤워기, 변기 등 욕실에도 입성했다.
LG전자 관계자는 “SKS 설치 비용은 주방 규모에 따라 1억원 넘게 드는데도 LG 브랜드 중 성장률이 가장 높다”며 “기술력이나 브랜드 파워에서 아직 중국과 격차가 있는 프리미엄 시장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미주방욕실협회(NKBA)에 따르면 올해 초고가 가전 성장률은 4.5~6.1%로, 보급형 제품(3.6%)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도 럭셔리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전면에 내세웠다. ‘스페인 건축 명장’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곡선형 벽을 누르자 숨어있던 냉장고가 나왔다. 삼성 관계자는 “가전 제품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미국 프리미엄 주방 가전 회사인 지라인과 블루스타는 수십 가지 색상과 마감 기술을 선보이며 인테리어와의 조화를 강조했다.
가전업계는 AI 솔루션을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넘어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도 무기로 내걸었다. 똑똑한 AI 솔루션을 쓰면 건설회사와 건물 관리업자의 각종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80여개 가전 브랜드를 유통하는 커스텀디스트리뷰터의 대린 리먼 회장은 “AI가 가전 부품 교체주기를 미리 알려주고, 고장 이유를 자동 진단해주는 시대가 오면 애프터 서비스(AS) 비용을 크게 아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런 수요를 겨냥해 B2B용 관리 솔루션 ‘LG 씽큐 프로’를 공개했다. AI가 대단지 아파트에 설치한 가전제품 수천 대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사전 경고도 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원격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다. 다음달 미국에 정식 출시한다.
올랜도=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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