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로버트 레드퍼드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전 세계 모든 씨네필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가 1960~197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대배우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미국 독립 영화 산실인 선댄스를 일구며 영화사에 남긴 거대한 족적 때문일 것이다.레드퍼드가 일생을 바쳐 키워낸 선댄스 영화제가 지난달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그의 부재 속에 개최됐다. 올해는 전쟁, 이민자 정체성, 환경 파괴 등 묵직한 사회 이슈를 개인 서사로 풀어낸 작품이 강세를 보였다. 기성 감독보다 신인 감독 약진이 두드러져 선댄스가 여전히 새로운 목소리를 발굴하는 창구임을 증명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대형 상업 영화 고전 속에 독립 영화들이 보여준 유례없는 활기다. 독립 영화계에서 십만 관객은 상업 영화의 천만 관객에 비견되는 기념비적 지표다. 작년에는 이런 ‘작은 기적’을 쓴 작품이 네 편이나 쏟아졌다. 이 중 ‘세계의 주인’은 바르샤바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독립 영화가 이같이 약진한 배경으로 관객의 달라진 눈높이를 꼽는다. 콘텐츠 과잉 시대 관객들은 천편일률적인 흥행 공식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 결과 거대 담론보다 개인의 구체적인 삶과 사회 균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독립 영화 특유의 시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계에도 참신한 재능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전체 영화산업에서 독립 영화 입지는 여전히 좁아 보인다. 지난해 발생한 서울독립영화제 예산 전액 삭감 소동은 독립 영화가 차지하는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원 확대 의지를 보인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회성 수혈이 아니다. 독립 영화의 실험이 상업 영화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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