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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계해야 할 AI 포퓰리즘

입력 2026-02-18 17:11   수정 2026-02-19 00:06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인공지능(AI) 보급·확산이 저숙련 사무직뿐 아니라 전체 고용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로부터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구호를 앞세워 각종 규제 정책을 남발하는 포퓰리즘도 세계적으로 나타난다. 다른 한편에선 AI 보급·확산만으로 전체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보장된다는 포퓰리즘도 고개를 든다. AI를 경제 성장의 요술 방망이로 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이다.

AI의 영향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정치적 왜곡으로 번지지 않도록 지나친 환상과 근거 없는 공포를 함께 걷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우선 AI가 사무직 신입사원 일자리 대부분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와 맞물려 AI 보급·확산을 제한하는 규제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치적 주장이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AI가 노동시장에 쓰나미를 몰고 오고 있다”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발언과 “AI가 대졸 신입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의 예측 등으로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AI 도입에 가장 앞서가는 미국에선 챗GPT가 출시된 2022년 이후 3년간 전체 사무직 일자리가 오히려 300만여 개 늘었다.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 일자리는 7%, 법률 사무직 일자리는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임금도 같은 기간 회계사 등 사업서비스 업종은 5%, 경영관리 직종은 9% 늘었다. 예상과 달리 AI가 사무직 일자리를 늘리고 실질 임금까지 끌어올린 배경에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AI 활용이 있다. 통계 취합과 정리 같은 작업은 AI에 맡기고, 사람은 AI가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결과다.

이 같은 모습은 과거 방직기계 발명과 컴퓨터 등 자동화 기기 보급이 노동자를 대체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산업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직종을 만들어 오히려 일자리를 늘린 역사적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AI 활용을 통한 생산성 개선이 전 산업, 전 업종으로 확산하도록 뒷받침하는 정책 노력이야말로 새로운 고용 창출의 해법이라는 역설이 현실에서 확인된 셈이다.

다음으로 AI 보급·확산만으로 모든 산업의 생산성이 자동으로 높아져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AI 판타지도 과거 정보기술(IT)에 대한 환상과 다르지 않다는 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혁명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AI가 가져올 전체 경제의 생산성 개선 효과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0.064%에 불과하다.

이는 AI 기술이 전 산업으로 확산해 실질적인 생산성 개선 효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는 뜻이다. 단기적으로는 AI 기술로 생산성과 수익이 개선되는 산업과 이 같은 혁신 효과에서 소외된 산업 간 격차와 불균형이 커지며 경제 왜곡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AI 도입 확대는 기계적으로 경제 성장을 낳는 만능 수단이 아니다. 경제 전반의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결국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AI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직시하지 못하는 무지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포퓰리즘이다. 혁신의 속도를 유지하되 그 이면의 그늘을 살피는 정교한 보완책만이 AI를 진정한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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