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대한민국 선수단이 보여준 행보는 과거의 올림픽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순위와 메달 색깔에 일희일비하며 눈물을 쏟던 과거의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준비한 퍼포먼스를 다 보여줘서 행복하다’는 당당한 외침이다.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주축이 된 이번 대표팀은 경기의 승패보다 ‘자기 증명’의 과정을 즐기며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쓰고 있다.
최가온이 보여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곧바로 감동적인 연대의 장면으로 이어졌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그의 롤모델인 클로이 김(미국)이 가장 먼저 달려와 최가온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클로이는 은메달로 대회 3연패에 실패했음에도 자신의 최연소 기록을 경신한 후배를 뜨겁게 안아줬고, 최가온은 우상의 품 안에서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 쇼트트랙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김길리(22)도 실패를 딛고 일어선 집념의 도전을 보여줬다. 그는 지난 10일 혼성 2000m 계주 준결선에서 앞서 달리던 커린 스토더드(미국)와 충돌해 넘어졌다. 그 결과 한국은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좌절은 없었다. 그는 같은 날 열린 여자 1000m 준결선에서도 뒤따르던 하너 데스멋(벨기에)의 반칙으로 또다시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으나 어드밴스를 받아 오른 결선에서 레이스 막판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동메달을 따내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Z세대의 당당한 소감도 눈길을 끌었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첫 메달을 안겨준 ‘막내’ 임종언(19)은 지난 13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며 “내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피겨 프린스’ 차준환(25)은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아쉽게 놓쳤음에도 밝은 표정과 환한 웃음으로 더 큰 감동을 줬다. 그는 지난 14일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연기 끝에 0.98점 차로 4위를 기록한 뒤 “모든 순간이 결정적이었다”며 “내가 목표했던 바를 모두 달성해 기쁘다”고 웃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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