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209호 경매법정.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부터 아기를 안은 부부까지 150여 명이 몰려 66석 규모의 법정 안팎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경매로 나온 39개 물건 중 용산구 한남3구역 주택은 9명이 경쟁을 벌인 끝에 감정가(약 34억원)의 144.9%인 49억31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전용면적 84㎡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물건”이라며 “같은 면적대 강남 한강변 아파트가 50억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현금 부자가 탐낼 만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비쌀수록 매수세가 몰리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비싼 지역 아파트가 더 오른다’는 학습 효과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공급 가격을 깎아주는 할인에도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어느 곳에 집을 보유했느냐에 따라 자산 격차도 커지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3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3851건으로 2024년(2384건)보다 61.5% 늘었다. 전체 거래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에서 5.0%로 높아졌다. 올해 들어서도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2차’ 99억원(전용 170㎡),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96억원(222㎡), 용산구 이촌동 ‘LG한강자이’ 63억원(202㎡) 등 143건이 30억원 이상 고가 거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반포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자산가 사이에서 서울의 고가 아파트 선호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전국 미분양은 작년 말 기준 6만6510가구다. 이 중 76%가 지방에 몰려 있다. 부산(7541가구)과 대구(5962가구)가 광역시 중 1·2위다. 2024년 4월 준공한 대구 달서구 상인동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990가구)는 입주민이 거의 없는 ‘유령 아파트’로 전락했다. 통째로 미분양이 난 탓이다. 입지 좋은 도심 역세권에서도 불 꺼진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대구 분양 관계자는 “집값을 1억원가량 할인해 주거나 입주 후 시세 하락에 대해 보상을 내건 단지도 많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11월부터 작년 말까지 약 22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104.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지방 5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는 60.9% 오르는 데 그쳤다.최근 3년 동안은 아파트 몸값 차이가 더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값이 2023~2025년 11.6% 오르는 동안 지방 광역시는 10.9% 뒷걸음질 친 영향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자문위원은 “2023년 이후 지방 사람이 허탈감을 느끼고 서울에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송파(38.2%), 성동(30.2%), 서초(27.1%), 강남(23.9%) 등은 가파르게 올랐다. 중랑(0.3%), 관악(0.4%), 구로(0.8%), 강서(1.6%) 등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도봉(-4.9%), 금천(-3.1%), 강북(-2.9%), 노원(-0.1%)은 가격이 내렸다.
집값 양극화는 자산 격차로 이어진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순자산 5분위(상위 20%)의 평균 실물자산은 14억25만원이었다. 2023년(12억6095만원)보다 11.0% 증가했다. 4분위(4억3509만원)는 0.1%, 2분위(8098만원)는 4.5% 감소했다. 순자산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0.625로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코로나19 시기 풍부한 유동성에 전국 집값이 동반 상승하며 문제가 잠시 가려졌다”며 “최근의 자산 양극화는 지방 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족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수면 위로 재부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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