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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렴한 전기요금 시대 올까…'3월의 시험대'에 쏠린 관심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6-02-22 09:18   수정 2026-02-22 09:50



국내에서 인공지능(AI)으로 전력 수급을 실시간 계산하고 시간대별 요금을 유연하게 설계하는 ‘영국 옥토퍼스 에너지’ 같은 스마트 소매 모델이 자리 잡기엔 제도적 기반이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는 소매시장 구조와 원가 이하의 요금 체계가 걸림돌로 지목되면서다.

정부는 인공지능(AI)으로 전력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무리 뛰어난 AI 기술이 있어도 민간 기업이 이를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의 판’이 깔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내달 시행되는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제도’는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정책이다.

지금까지 H에너지, 해줌 같은 기업들은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등을 모아 하루 전에 발전량을 예측하고 정산을 받는 전력중개 방식으로 수익을 내왔다. 하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이들 기업은 여러 발전소를 하나로 묶어 가상발전소(VPP)처럼 운영하면서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실시간으로 발전량을 늘리거나 줄이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게 된다. 이 제도는 그동안 발전량 예측 중심의 전력중개사업을 해온 기업들이, 이제는 실시간으로 전기를 조절하는 ‘진짜 가상발전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통해 민간 기업의 AI 관제 역량을 검증한 뒤, 이를 토대로 소매시장의 단계적 개방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효섭 인코어드 소장은 “해외는 소매사업이 활성화돼 있어 소매사업자에게 데이터가 공개되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만 경쟁 구조가 없는 상태라면 데이터 개방만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종규 60헤르츠 대표도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등으로 전력시장에 민간 참여가 늘어나는 시점에 데이터 공개는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면서도 “더 큰 혁신이 나타나려면 결국 판매 시장에 경쟁 체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소매시장 경쟁화에 앞서 전기요금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금 정상화 없이 소매시장을 열어봤자 민간 사업자가 수익을 낼 있는 ‘마진 공간’ 자체가 작다는 점에서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옥토퍼스 같은 기업들은 전력 가격의 변동성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우리처럼 요금이 정책적으로 눌려 있고 원가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전보다 비싸면 소비자가 외면하고, 싸게 팔면 즉시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에서는 혁신 기업이 생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2016년 KT 등 통신사들이 아파트 단위 전기·통신 결합형 소매 모델을 검토하다 철수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 교수는 “전기요금을 실제 투입되는 비용 수준으로 맞추는 게 먼저”라며 “도매가격의 급등락으로 인한 소매사업자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금융 헷징 수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매시장을 열어도 민간 사업자들이 수익이 되는 대기업·데이터센터 등 우량 고객만 골라가고, 저소득층이나 도서산간 수요는 한전에 남아 공공 부담이 커지는 ‘크림 스키밍’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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