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현재, 글로벌 자산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골디락스(goldilocks: 이상적인 경제 상태)’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하 사이클은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경기는 침체보다는 완만한 확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환경을 바라보는 초고액자산가(UHNW)들의 문제의식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단기 지수 흐름이나 유행하는 테마보다, 이미 축적한 자산을 어떤 구조로 관리하고 이를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갈 것인가가 더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선우성국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센터 2지점장은 2026년 자산관리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실적이 수반되는 골디락스’를 제시했다. 그는 과거처럼 미국 중심의 일방적인 경기 확장이 아니라, 보다 균형 잡히고 다변화된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낮아진 가운데 확장적 재정 정책과 중립적 통화 정책의 조합이 시장을 지지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골디락스 국면의 성격이 과거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미국 중심의 자산 랠리가 시장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한국과 일본, 유럽까지 시장 주도 흐름이 분산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선우 지점장은 “자산 시장에서도 성장의 축이 한곳에만 쏠리지 않는, 보다 다변화된 확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이 이번 사이클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유동성 확장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계속 점검해야 할 변수라며, 유동성 환경이 바뀔 경우 지금의 랠리 역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주식 구조적 재평가…
비중 확대 필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에서는 ‘현금 중심 방어’에서 ‘공격적 자산 재배분’으로의 전환이 거론된다. 그러나 선우 지점장은 이 흐름을 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해석했다. 초고액자산가들 역시 단기적인 시황 대응보다는 5년 이상 중장기 관점의 전략적 자산 배분 모델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분산투자가 아니라 톱다운 방식의 체계적인 자산관리라는 설명이다.
유동성 관리에 대해서도 비교적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의 경우 유동성 비중을 대체로 10~15%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최근처럼 유동성이 이미 충분히 공급된 환경에서는 과도한 현금 보유가 오히려 기회비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골디락스 국면에서는 자산 증식이 가능한 영역에 일정 부분 비중을 싣는 전략이 합리적일 수 있다.
현재 삼성증권의 하우스뷰는 한국 증시에 대한 최선호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전력, 반도체, 제조업 밸류체인이 가장 완성도 높게 구축된 시장이 한국이라고 평가했다. 피지컬 AI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고객 포트폴리오에서도 국내 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고객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로 그는 국내 주식 비중 확대를 꼽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한국 증시의 밴드(지수 범위)를 상향 제시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기업들의 목표주가 상향이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과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단순히 ‘저평가’ 논리로 접근하는 구간이 아니라, AI 투자 사이클과 제조업 밸류체인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구조적인 경쟁력을 다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산 배분 측면에서 그는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과 해외(특히 미국) 주식 비중을 4대6 정도로 제시했다. 다만 전술적 관점에서는 고객의 자산 구조와 세제 효과, 최근 시장 흐름을 감안해 국내 주식의 비중을 확대(overweight)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투자는 수익률보다
‘변동성 관리’ 도구
2026년을 앞두고 고객 가문들이 주목하는 대체투자에 대해 그는 이제는 수익률 그 자체보다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어떻게 완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대체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전통자산과의 낮은 상관관계에 있으며, 변동성이 커질수록 포트폴리오 전체의 흔들림을 완충하는 역할이 더욱 부각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모펀드 구주 거래(세컨더리) 시장과 사모대출(private deb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고금리 환경에서 위축됐던 인수합병(M&A) 시장이 2025년 하반기부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으며, 과거 고밸류에이션에 거래됐던 딜들이 구주 거래로 나오면서 오히려 진입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모대출의 경우 경쟁 심화로 기대수익률은 다소 낮아질 수 있지만, 선순위 대출 구조와 금융 약정(covenant) 조건을 감안하면 여전히 포트폴리오의 안정적인 현금흐름 자산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익률보다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목표는 수익률 자체보다 변동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에 가까워지며, 초고액자산가일수록 특정 자산에 쏠리기보다 자산 배분 모델을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하느냐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AI는 이제 단기 테마를 넘어 실적 검증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선우 지점장은 AI 사이클이 생성형에서 피지컬로 진화하고 있으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누가 밸류체인의 수혜자가 되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AI 투자 사이클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단순히 AI라는 키워드에 베팅하기보다 실제로 이익 체력이 뒷받침되는 기업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장기 분산투자 하는 전략이 패밀리오피스 관점에서 더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꼽는 또 하나의 변수 역시 AI 투자다. 이익잉여금으로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과, 차입에 의존해야 하는 기업 간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수 있으며,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질문이 수익성으로 옮겨 가는 순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3세 자산가, ‘자산군’보다 ‘포트폴리오’

세대 간 투자 성향의 변화도 뚜렷하다. 그는 1세대 자산가들이 주식·채권 중심의 전통자산에 집중했다면, 2·3세 자산가들은 자산 배분과 포트폴리오 구조를 먼저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금·은 같은 원자재, 대체자산, 가상자산 등으로 투자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삼성증권은 자산배분형 외부위탁운용(OCIO) 모델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포트폴리오 관리와 분산투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실제로 젊은 자산가일수록 이러한 구조적 운용 모델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밀리오피스의 역할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기업 지분 매각 이후 대규모 현금을 보유한 오너, 이익잉여금이 누적된 오너 기업 등 고객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니즈 역시 세무, 부동산, 자산관리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는 최근 패밀리오피스 고객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으로 기업 매각과 지분 정리 등 ‘투자 회수(exit)’ 사례의 증가를 꼽았다. 과거보다 기업을 매각하거나 구조를 재편하는 선택지가 훨씬 보편화되면서, 대규모 자금 유입과 함께 세금, 승계, 자산 운용에 대한 종합적인 솔루션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선우 지점장은 2026년을 골디락스 국면 속에서도 구조적 옥석 가리기가 더 중요해지는 해로 정의했다. 그리고 그 해답은 공격적인 베팅이 아니라, 정교한 자산 배분과 리스크 관리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센터 2지점 소개
가문의 자산과 삶을 함께 관리하는 플랫폼


초고액자산가를 둘러싼 자산관리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업 지분 매각 이후 대규모 현금이 유입된 ‘엑시트 오너’부터 이미 상당한 이익잉여금을 쌓아 두고 보다 체계적인 운용이 필요한 오너 기업까지, 패밀리오피스를 찾는 고객군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센터를 이끄는 선우성국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센터 2지점장은 이러한 변화를 투자 중심에서 투자 관리 중심으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의 핵심 축은 ‘가문별 전담위원회’ 체계다. 프라이빗 딜, 리서치, IB, 국내외 세무·부동산, 인사·조직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약 60여 명의 본사 전문 인력이 참여해 단일 프라이빗뱅커(PB)가 아닌 조직 차원의 집단 지성으로 가문 단위 자산을 관리한다. 선우 지점장은 패밀리오피스를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토털 웰스 서비스라고 규정했다.
그는 가문의 세대에 걸친 부의 관리와 이전을 돕는 것이 목표라며, 삼성증권은 투자 가능 자산 1000억 원 이상 가문 가운데 내부 ‘패밀리오피스 선정위원회’를 통과한 가문만을 대상으로 멀티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센터가 관리하는 자산 규모는 약 40조 원, 고객은 83가문에 달한다. 선우 지점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기업 매각이 늘면서, 대규모 현금 유입 이후의 자산 운용과 세금, 승계 문제를 함께 고민하려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에서 부의 ‘사이즈’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짚었다.
전담위원회 체계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는 금융자산 운용을 넘어 자산관리와 기업 솔루션, 상속과 유언장 작성, 부의 이전 등 비재무적 헤리티지 서비스까지 포괄한다. 여기에 ‘패밀리오피서(FO)’ 제도를 통해 가문별 자산 현황과 니즈를 일관되게 관리하는 체계도 갖췄다.
투자 측면에서 차별화 포인트는 ‘패밀리오피스 전용 상품’이다. 선우 지점장은 클럽딜과 공동투자(co-investment) 기회, 글로벌 운용사의 사모 대체펀드, 국내 비상장 프로젝트, IB 연계 사모대출 투자 등을 개인 자산가에게 제공되는 기관투자가급 기회라고 설명했다.
패밀리오피스의 역할이 기업 승계와 상속, 교육까지 확대되면서 PB의 역할도 한층 복합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는 고객과의 대화 속에서 니즈를 읽고 선제적으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삼성 패밀리오피스는 PB 개인의 역량 강화와 함께, 조직적인 협업 시스템도 함께 구축하고 있다.
선우 지점장은 패밀리오피스 모델을 해외 사례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한국은 상속·증여세 구조가 해외와 다른 만큼, ‘가문 관리’에 초점을 둔 한국형 패밀리오피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중심에서 금융자산 중심으로 옮겨 가는 과정에서 패밀리오피스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선우 지점장은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의 방향을 ‘투자를 잘하는 조직’이 아니라 ‘가문의 자산과 삶을 함께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정리했다. 투자를 넘어 관리로, 개인을 넘어 가문으로. 이 변화의 흐름은 국내 초고액자산가 자산관리 시장의 다음 단계를 예고하고 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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