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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프이스트-박영실의 휴먼브랜딩] 0.1초의 기적, K-쇼트트랙의 역전 드라마

입력 2026-02-19 15:15   수정 2026-02-19 15:16


밀라노의 빙판 위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다시 한번 증명해 냈다. 19(한국 시각)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한국 대표팀(최민정, 김길리, 노도희, 심석희)이 보여준 레이스는 단순한 금메달 획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대회 초반, 메달 가뭄이라는 불안 섞인 시선 속에서도 그들은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한국 쇼트트랙'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재확인시켰다. 휴먼브랜딩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승리는 신뢰(Trust), 회복탄력성(Resilience), 그리고 계승(Legacy)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완벽하게 갖춘 퍼포먼스였다.

위기관리 능력, 명품 브랜드의 조건<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브랜드의 진가는 평온할 때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다. 이번 계주 결승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레이스 중반,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지는 돌발 변수에 휘말려 한국은 3위로 처졌고, 선두권과의 격차는 절망적으로 보였다. 보통의 선수라면 멘탈이 무너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당황하지 않았다. 15바퀴를 남기고 벌어진 사고를 회피한 후, 무리하게 추격하다 넘어지는 대신 침착하게 '빌드업'을 시작했다. 휴먼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일관된 전문성'이 빛난 순간이다. 9바퀴를 남기고 선두 그룹에 붙고, 3바퀴 반을 남기고 베테랑 심석희가 에이스 최민정을 힘껏 밀어주며 2위로 도약하는 과정은 이들이 수많은 훈련과 실전으로 다져진 '위기관리 매뉴얼'을 체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위기를 실패의 핑계가 아닌, 역전의 발판으로 삼는 서사는 팬(대중)들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브랜드 충성도를 극대화했다.

'최민정'이라는 아이콘과 '김길리'라는 미래<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성공적인 브랜드에는 항상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존재한다. 최민정은 이번 금메달로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이자 통산 4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전이경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는 한국 쇼트트랙이라는 브랜드의 '헤리티지(Heritage)' 그 자체다. 하지만 이번 계주는 최민정 혼자만의 무대가 아니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서 이탈리아를 제치고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한 김길리는 브랜드의 '진화(Evolution)'를 상징한다. 심석희와 최민정이라는 구심점이 중심을 잡고, 노도희와 김길리라는 새로운 엔진이 더해지며 '팀 코리아'는 세대교체의 딜레마를 완벽한 신구 조화로 극복했다. 선배가 밀어주고 후배가 마무리하는 모습은 단순한 경기 운영을 넘어,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승리 DNA가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식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세계 최강'이라는 압도적 브랜드 포지셔닝<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한국은 역대 9번의 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무려 7번을 우승했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초격차(Super Gap)' 전략이 스포츠에서 실현된 셈이다. 전 세계적인 상향 평준화로 인해 "이제 한국 쇼트트랙은 위기다"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그들은 실력으로 의구심을 잠재웠다.

이번 금메달은 스노보드 최가온에 이은 한국 선수단의 두 번째 금메달이자, 쇼트트랙 종목의 첫 금이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확실한 종목에서 터져 나온 이 성과는 대중들에게 "역시 쇼트트랙은 한국"이라는 인식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브랜드의 약속(우승)을 기어이 이행해 내는 신뢰감은 한국 쇼트트랙이 가진 가장 큰 무형 자산이다.

금맥(金脈)을 넘어선 감동의 연대<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여자 계주 금메달은 단순히 꽉 막혔던 금맥을 뚫은 사건이 아니다. 넘어질 뻔한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질주해 기어이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그들의 모습은,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제 남은 남자 5000m 계주와 여자 1500m에서도 우리는 또 다른 기대를 건다. 최민정이 도전할 단일 종목 3연패라는 대기록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결승선을 통과한 네 선수의 모습은 이미 '원팀(One Team)'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단순한 스포츠 팀을 넘어, 우리에게 불굴의 의지를 심어주는 가장 강력한 '휴먼 브랜드'.


<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박영실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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