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공기업이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설계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거나 재생에너지 확산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효율 혁신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외 먹거리 유통 혁신과 사회적 약자 지원, 산업 인재의 직무 역량 고도화까지 영역도 다양하다. ‘지속가능성’과 ‘현장 체감형 성과’를 핵심 철학으로 내세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사업 전반에 녹여내는 것이 공통된 흐름이다.
남동발전은 지역 동반성장 기조를 산업·스포츠로 확장했다. 우선 산업 측면에선 미래 에너지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발전설비 고효율화, 디지털 기반 예지 정비, 수소·암모니아 혼소 등 차세대 기술을 지역 기업과 공동 연구하고 발전소를 테스트베드로 제공한다. 스포츠 분야에선 ‘KOEN 펜싱 실업팀’ 창단을 추진하며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체육 기반을 넓히고 있다.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과 장학사업 등 사회공헌도 병행하며 지역 밀착형 공기업 모델을 구축했다.
한국중부발전은 AI를 동력으로 발전소 운영체계를 혁신하고 있다. 발전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AI 기반 태양광 고장 진단 시스템을 도입해 사후 대응 중심의 관리 방식을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지하 배관 누수 관리 시스템도 구축해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누수를 95% 이상의 정확도로 식별하고 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이 시스템 도입으로 연간 약 13억원의 손실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모든 사업소는 물론 국내외 플랜트 산업 전반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부발전의 빅데이터 기반 예측 진단 시스템 ‘미리(MIRI)’는 수만 개 센서가 수집한 온도·진동 등의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미세한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낸다. 2030년까지 신재생과 화력을 통합 관리하는 AI 운영체계를 완성해 전력 공급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서부발전은 ‘안전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직급과 소속에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가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을 즉시 중지할 수 있고, 관련 제도를 사용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위험 신고 전용 직통전화를 새로 설치하는 등 신고 절차도 체계화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설비 과열과 가스 누설을 탐지하기 위한 4족 보행 로봇의 점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역에 대한 점검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S) 부문에서는 세이브더칠드런과 협업해 광주·전남 지역 농어촌 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꿈꾸는 꾸러미’ 사업을 운영한다. 성장기 아동에게 적합한 식자재를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80가구에 전달했고, 임직원이 직접 포장 작업에 참여했다. 퇴직한 시니어가 이주 배경 가정을 방문해 한식 조리법을 교육하는 일자리 모델도 도입했다. 시니어의 전문성을 살림과 동시에 이주 배경 여성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채용을 넘어 인력 재배치, 재교육을 목표로 역량 확장에 나선 곳도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기존 국가기술자격 취득자가 AI, 전기차 검사, 건설정보모델링(BIM) 등 신기술 역량을 추가로 인정받도록 한 확장형 자격제도인 ‘플러스자격’ 제도를 운영 중이다.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존 국가기술자격만으로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플러스자격은 자격취득자와 기업 모두에게 활용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격취득자는 기존 국가기술자격을 바탕으로 추가 역량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기업 역시 인력의 기본 자격과 함께 검증된 추가 직무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자격증의 초기 활용단계인 채용을 넘어 배치, 재교육 과정에서도 참고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산업계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운영 분야를 선정하고 있다”며 “신산업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관련 법제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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