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전기차 시장 침체 여파로 지난해 1조7224억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진 와중에도, 배터리 투자를 계속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유상증자 대신 보유 자산을 유동화해 실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19일 공시를 통해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등의 매각 추진안을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15.2%을 보유하고 있는데 장부가로 10조원 이상이다. 삼성SDI는 아직 구체적인 규모나 매각 대상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삼성SDI가 조단위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지분 전량을 매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2조원에 달하는 '알짜 회사'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분 매각을 결정한건 배터리 투자를 멈출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SDI는 현재 재무적 측면에서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2023년 1조5455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7224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흑자전환이 불투명하다. 주요 시장인 미국 전기차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주량을 고려할때 삼성SDI는 올해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2~3년 실적을 책임질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위해 공장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수익이 본격화되기까지는 과도기가 불가피하다. 경쟁사 대비 ESS 전환 결정 시점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휴머노이드용 배터리 역시 아직 실적으로 이어지기는 이르다.
돈이 마르고 있지만 투자를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2024년 약 6조6000억원, 2025년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했던 삼성SDI는 올해도 3조2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미국내에서 벌어지는 점유율 경쟁에 더해 울트라 하이니켈, 전고체 배터리, 건식 공정 등 기술 경쟁이 치열한 배터리 업계에서 투자를 멈추는건 사실상 '사망 선고'이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수단으로 유상증자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해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1조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주주환원 강화 기조에도 배치되는 만큼, 주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 매각'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누가 가져갈지에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84.8%를 보유한 최대 주주 삼성전자가 유력한 구매자로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삼성SDI의 지분 15.2%를 모두 인수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해 완전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재무적 상황이 어느때보다 좋다는 것도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반도체 시황이 가파르게 회복되면서 영업이익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지분을 흡수해 그룹 내 전자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그룹과 우호적 관계가 있는 재무적 투자자(FI)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가져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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