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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치료는 이어달리기다

입력 2026-02-19 17:42   수정 2026-02-20 00:02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영화 ‘F1 더 무비’를 보았다. 나이가 들어 다시 레이싱카에 오르는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이었다. 헬멧 안에서 들리는 거친 숨소리와 코너를 빠져나가는 순간 마치 숨이 멎듯 사라지는 엔진음이 이어졌고, 화면은 내내 긴장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뒤 계속 떠오르는 것은 F1 경기가 아니었다. 주인공이 F1 무대에 오르기 전, 데이토나 경주에서 우승하는 장면이었다. 데이토나에는 ‘이어달리기’가 만들어내는 긴장이 있었다. F1은 두 시간 남짓, 한 사람이 끝까지 차를 몰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기다. 반면 데이토나 경주는 24시간 동안 한 대의 차를 네 명의 드라이버가 교대로 운전해 가장 멀리 달린 팀이 승리한다. 데이토나에서는 속도뿐만 아니라 얼마나 매끄럽게 바통을 넘겨받느냐가 경주의 흐름을 바꾼다. 승부는 ‘질주’보다 ‘교대’에서 더 자주 갈린다.

실제 환자 진료의 모습은 대개 데이토나 경주에 가깝다. 고령 환자는 여러 질환을 함께 가진 경우가 많다. 한 의료진이 모든 질환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기보다는 문제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치료 담당이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심부전으로 심장내과 진료를 받고 있던 환자가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외과 수술을 받은 뒤 퇴원하는 경우가 있다. 퇴원 시 바뀐 처방전을 받았지만, 무엇이 왜 달라졌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데이토나에서 ‘교대의 순간’이 승패를 좌우하는 것처럼, 의료에서도 다른 진료과로 옮기거나 병원이 바뀌는 전환의 시점이 중요하다. 이 시기에는 약물 오류와 재입원, 환자의 불안과 혼란이 증가한다. 이때 치료의 목표와 우선순위가 다시 정리되지 않으면 환자는 치료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환자들은 증상 부담이 줄고 삶의 질도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그래서 많은 병원은 치료의 손이 바뀌는 순간마다 누가 이 환자를 끝까지 책임질 것인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 것인지를 분명히 하려 노력한다.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으면 환자는 결국 이렇게 묻게 된다. “이 문제는 지금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요?”

영화 ‘F1 더 무비’에서 가장 긴장된 장면은 무전이 끊기고 잠시 정적이 흐르던 시간이었다. 그 순간 경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치료의 손이 바뀌는 순간 환자가 느끼는 불안도 바로 이런 단절에서 비롯된다. 돌봄의 주체가 분명하지 않거나, 그 과정에서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때 환자는 불안을 느낀다. 치료는 속도로 완성되지 않는다. 운전대를 넘기는 순간까지 책임질 때 비로소 완주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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