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사 최모씨(32)는 최근 학생이 소지한 전자담배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이런 황당한 항변을 들어야 했다. 과일향이 나는 비타민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없어 담배가 아니라는 취지다. 실제 ‘무니코틴 전자담배’는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온라인 등을 통해 별다른 규제 없이 구매가 가능한 이유다. 일부 제품에는 니코틴과 비슷한 변형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어 여전히 안전성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19일 국회와 담배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4월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준하는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무니코틴·비타민 전자담배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약국과 무인 매장 등에서 판매하던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앞으로는 취급할 수 없게 돼 무니코틴·비타민 전자담배로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한 무인 전자담배 매장에는 ‘무니코틴 전담’ ‘비타민 전담’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배터리로 액상을 가열해 기체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외형과 사용법은 일반 액상형 전자담배와 동일했다. 인근 약국에서도 비타민 전자담배가 진열돼 있었고 약사는 “별도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성인 계정 로그인만으로 구매가 가능해 청소년 접근이 어렵지 않다.
이는 현행법상 니코틴 포함 여부를 기준으로 제품을 구분하는 데서 비롯된다. 니코틴이 들어 있으면 담배로 규제받지만, 니코틴이 없고 의학적 효능을 입증하지 않은 흡입형 제품은 공산품으로 분류된다. 성분 관리나 연령 제한 의무가 없어 니코틴 유사 물질이 포함돼 있더라도 별다른 규제가 없다.
규제 공백은 청소년 사용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 경험률은 초교 6학년 0.35%에서 고교 2학년은 9.59%까지 상승했다. 올해 조사에서도 고2 여학생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1.33%)이 일반담배 사용률(1.54%)에 근접했다.
무니코틴·비타민 전자담배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담배로 가는 관문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텔레그램 등 익명 메신저 거래방에서는 전자담배 카트리지에 합성 대마 등을 혼합한 액상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유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니코틴이 없는 흡입형 전자담배까지 별도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비타민을 가열해 기체로 흡입할 경우 화학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장기적 인체 영향에 대한 검증이 부족한 만큼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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