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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소셜 미디어(SNS)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자살 및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소셜 미디어 기업에 “거대담배회사 모먼트” 가 다가오고 있다.
메타는 인스타그램의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을 인지하고도 어린 청소년의 이용을 조장하거나 방관했다는 혐의로 거대한 손해배상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 재판에서 이긴다 해도 소셜 미디어 기업들에게는 산넘어산이 기다리고 있다. 호주와 말레이시아에 이어 전세계 각국이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 금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믄에 업계 전문가들은 과거 담배회사에 대한 대규모 소송 이후 담배 기업들이 사양산업화된 것에 비유해 소셜미디어판 '담배회사 모먼트'로 평가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CNBC와 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전 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청소년 소셜 미디어 중독 관련 배심원 재판에 메타 플랫폼의 마크 저커버그가 처음으로 출두해 증언을 했다. 저커버그의 법정 출두는 인스타그램이 사용자들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증언한 첫 사례로 이번 소송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 소송에서 원고측은 인스타그램이 13세 이하 연령을 타겟으로 했음을 나타내는 메타 내부의 문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 문서는 2018년에 작성된 인스타그램의 내부 파일로 프리젠테이션에 "십대들을 사로잡으려면, 그들을 10대 초반부터 끌어들여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미국만 해도 13세 미만 아동 400만명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서도 제시됐다.
저커버그는 해당 문서가 공개되자, 13세 미만 어린이를 위한 인스타그램 버전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또 미성년자로 확인되면 삭제하고 가입시 나이 조건을 명시하지만 가입자가 속이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메타는 2024년 의회 청문회에서 13세 미만 사용자는 플랫폼 이용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증언했었다.
인스타그램은 2019년 말에서야 가입시 생년월일 입력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저커버그는 여러 차례에 걸쳐 연령 확인은 모바일 운영체제와 앱스토어를 관리하는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인 애플이나 구글 같은 회사에 더 적합하다며 책임을 떠넘겨왔다.
메타는 이번 배심원 재판에서 거액의 손해 배상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유사한 소송들에 직면한 메타의 경쟁사인 틱톡과 스냅챗은 지난 주 이 소송의 재판이 시작되기전에 원고측과 합의했다.
CNB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을 소셜 미디어판 ‘거대 담배회사’모먼트에 비유했다. 소셜 미디어로 인한 피해와 기술 대기업이 대중을 기만하려는 시도가 과거 담배의 유해성을 숨기고 대중을 오도한 담배회사 케이스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과거 담배 기업들은 소송에서 유해성 자료를 은폐하는 등 소비자들을 오도한 혐의로 패소한 이후 미국에서 집중적인 규제 대상이 되면서 담배 산업의 사양이 시작됐다.
로스앤젤레스 소송에서 해당 기업들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법적 방어막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법은 인터넷 기업들이 콘텐츠 관련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오랫동안 보호해 왔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소송들은 기업들이 플랫폼을 설계하고 운영한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소송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메타, 틱톡, 스냅챗 등을 상대로 제기된 수많은 소송에 대한 시범 사례가 될 전망이다. 미국만 해도 자살한 청소년의 가족과 교육청, 주 정부들이 소셜 미디어 회사가 청소년 정신 건강 위기를 조장했다며 수천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유사한 소송은 미국 외 국가들에서도 진행됐으나 기업들의 승리로 끝나고 청소년들의 자살 및 정신 질환 문제가 더 심각해지자 국가 차원에서 청소년의 사용 금지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지난 해 호주가 가장 먼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접속을 금지한 뒤로 여러 국가들이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제한에 나서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EU) 의 프랑스, 스페인 등 10여개 국가가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말레이시아가 올해부터 만 16세 미만 SNS 사용을 금지했다.
메타는 뉴멕시코주에서 진행중인 주요 재판에도 연루돼있다. 이 재판에서 뉴멕시코주 법무장관 라울 토레스는 메타가 아동 및 청소년 사용자를 온라인 범죄자로부터 보호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레스 장관은 지난 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메타는 아동을 표적으로 삼을뿐만 아니라 가상 공간과 현실 세계에서 아동을 착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올여름,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서 또 다른 소셜 미디어 관련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 재판 역시 메타와 유튜브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해당 앱들이 젊은 사용자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자녀 사망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부모들을 대리하는 변호사 매튜 버그만은 “재판에 참석한 여러 부모들은 소송 비용으로 인해 소셜 미디어 업계의 변화가 강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주커버그의 증언에 대해 "우리가 이러한 중요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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