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한 중요 요소여서 공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기업을 지배하는가’
기업지배구조는 말 그대로 누가 기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가에 관한 겁니다. 예를 들어 대주주의 지분 구성, 전문경영인의 독립성, 이사회에 대한 감시 장치 등의 제도를 보면 그 기업의 실질적 지배자를 알 수 있습니다. 기업지배구조는 주주·이사회·채권자·종업원 등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이들의 권한을 배분하고 감시·견제합니다. 기업이 지속가능한지, 계속 성장할 수 있는지 운명을 판가름 짓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세 가지 지배구조 유형
기업지배구조의 유형에는 주주, 이해관계자, 소유주 가족 또는 계열사 중심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주주의 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 모델(Shareholder Capitalism)’을 봅시다. 주주는 대개 기업의 주가, 수익성, 배당금 규모, 소수주주 의견 존중 등에 민감합니다. 이 모델은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 합니다. 미국과 영국에서 주로 발달한 이 모델은 경영진의 성과도 주가와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어요. 이 때문에 경영진이 단기 실적에 치중하고 장기 투자나 구조개혁은 뒷전으로 미루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를 ‘주식시장이 통제하는 회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다음으로 독일 등 유럽에 많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Stakeholder Capitalism)’입니다. 이 모델은 주주뿐 아니라 근로자·채권자·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합니다. 은행이 기업의 지분과 채권을 보유하고 오랜 기간 거래를 이어온 경우가 많아 주식시장보다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징적인 것은 이사회가 2개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이사회 같은 기능을 하는 경영이사회가 있고, 이를 주주와 종업원 대표가 참여하는 감독이사회가 감시하고 최종 승인을 합니다. 이런 지배구조에선 근로자의 고용이 안정되고 사회적 갈등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결정의 속도가 느리고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가족 기반(Family based) 또는 계열사 모델’입니다. 오너가 그룹과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지분 구조를 짜온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일본의 경우, 같은 계열 안의 기업끼리 서로 지분을 교차해 소유하고, 주거래은행도 핵심적 지분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너의 강한 리더십이 강점이지만, 소수 주주의 권익이 침해되거나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탈법 논란이 자주 벌어집니다.
세계경제 뒤흔들기도
기업지배구조는 주주를 대신해 회사를 경영하는 전문경영인(일종의 대리인)의 일탈을 막기 위한 제도로 고안됐습니다. 그런데 경영인의 과도한 공격경영, 회계부정 문제 등은 개별 기업을 넘어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반을 위기로 몰아넣습니다. 2001년 미국 에너지 대기업 엔론, 2002년엔 정보기술(IT) 기업 월드컴이 대규모 회계부정을 저지르면서 큰 문제가 됐어요. 금융파생상품에 무리하게 투자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불러왔죠. 한 기업이나 금융산업 전반에서 이런 문제를 감시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나라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휘청이게 됩니다. 그래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관심과 제도 발전이 이후 가속화했습니다.우리나라도 1980~1990년대 낮은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대기업 오너들의 문제가 많이 지적됐습니다. 그룹 관계사 간 복잡한 상호출자, 이를 기반으로 한 오너의 그룹 지배, 오너 경영자의 독단적 의사결정과 감시 시스템 미흡이 큰 문제로 대두됐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불러오는 빌미가 되기도 했죠.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1.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대두한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2. 주주자본주의 모델에서도 대규모 회계부정이 발생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3. 한국식 오너경영의 과거 문제점에 대해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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