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개념은 출발 시점부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전제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기업의 통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여겼죠. 그러나 학자에 따라서는 소유·경영 분리의 이점이 과장됐거나, 20세기 후반 미국의 대기업 지배구조를 일반화한 개념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연구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수준을 넘어섭니다. 경영자나 지배주주가 정보를 독점하고, 외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는 여기에 접근하기 어렵다면 큰 문제입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다고 이런 문제가 자연적으로 해소되는 건 아닙니다. 초고속 성장 신화를 이어가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은 창업자와 소수 지배주주에게 차등 의결권을 보장하기도 합니다.첫째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경영인은 자신의 임기 안에 성과를 증명해 보이려고 장기투자를 꺼리며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0년 뒤를 내다보는 대규모 선제적 투자는 오너 경영자라야 가능합니다. 반도체 불황기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SK하이닉스의 성공 사례는 최태원 그룹 회장의 결단이 주효했습니다.
다음으로 신속한 경영 의사결정입니다. 기술 패러다임이 바뀔 때는 기존의 성공 방식을 따라가는 게 정답이 아닙니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회사의 사명(mission)을 차를 만드는 기업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빠르게 재정의했습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피지컬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과 연결시키면서 글로벌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회사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놓았습니다. 오너경영은 또 그룹 내 여러 자원을 유망 신산업에 집중시킬 수 있는 자원 동원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철저한 주인의식을 지녀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에 비해 뛰어납니다.
학계에서도 한국식 오너경영의 장점을 적잖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 재벌의 성장 전략과 지배구조를 분석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장세진 싱가포르국립대(NUS) 교수의 연구를 들 수 있습니다. 장 교수는 <재벌: 한국의 기업집단(The Business Groups in South Korea)> 등의 저서를 통해 오너경영의 실질적 장점을 각종 데이터로 증명해보였습니다. 그는 오너의 강한 리더십과 빠른 결단, 그로 인한 대규모 자본 투입이 반도체·전자 등 고성장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결정적 요소였다고 주장합니다.
최근의 코스피 5000 달성과 천스닥(코스닥 1000 시대) 개막은 오너경영의 위력이 발휘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요인을 빼놓고 다른 설명이 가능할까요? ‘주인 없는 회사가 선진적’이라는 인식이 근거 없는 편견이 아닐까 되짚어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한국 특유의 기업지배구조는 다른 나라 기업에도 적용 가능할까?
3. 투명경영 시스템이 원래 의도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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