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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코너] 세계 곡물 시장의 불균형과 식량 안보

입력 2026-02-23 09:00   수정 2026-02-26 09:55

식량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 요소이자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다. 오늘날 식량은 생존의 수단을 넘어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지배의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전쟁 중에는 봉쇄와 차단의 무기로, 평화 시기에는 다국적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세계 곡물 시장의 70% 이상을 4개의 거대 농산물 기업, 이른바 ‘ABC 기업’(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 번지, 카길, 루이 드레퓌스)이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곡물의 흐름을 조정하며 시장 질서를 좌우한다. 그 이면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매년 수백만 명이 기아와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부조리가 벌어진다.

스위스 사회학자 장 지글러는 “굶주림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범죄”라고 말했다. 이는 국제 식량 체계의 구조적 불평등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실제로 곡물 생산량은 전 세계 수요를 모두 충족하고 남을 수준이지만, 불균형한 분배와 투기적 거래로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현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식량은 과연 누구의 손에 있으며, 그들은 어떤 의도로 시장을 지배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그 해답은 거창한 정책이나 거대 자본의 변화만으로 오지 않는다. 소비자 한 사람의 행동, 기업의 윤리적 책임, 지역사회와의 상생이 모여 변화를 만든다.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고, 낭비를 줄이며, 식량 생산의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는 일이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도경 생글기자(대원외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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