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북은 지금이 제일 싸요. 앞으로 계속 오를 거예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가전 매장 관계자는 "요즘 노트북을 사려면 30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노트북 한 대 가격이 웬만한 대학교 한 학기 등록금과 맞먹는 셈이다. 노트북에 들어가는 D램 가격이 급등한 영향을 받았다는 귀띔이다.

'칩플레이션'(메모리 반도체+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ASP)은 11.5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1.35달러) 대비 무려 8배 이상 뛴 것이다.
IT 기기 수요가 높은 새학기엔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노트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거론되면서 노트북 구매를 계획하던 소비자들이 새 학기 전에 선제적으로 구매한 영향"이라며 "IT 기기 시장 전반의 활성화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갑이 얇은 처지인 학생들은 새학기를 앞두고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날 찾은 LG전자 베스트샵 매장에 진열된 노트북 가격은 모두 300만원을 웃돌았다. 보다 저렴한 노트북이 없냐는 질문에 매장 관계자는 "올해 나온 모델인데 중앙처리장치(CPU)만 지난해 것이 들어가 있어 200만원대인 노트북이 있다"고 답했다.
삼성스토어도 상황은 비슷했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 북6 프로'의 출고가는 260만~351만원. CPU, 그래픽카드, 메모리 등 세부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노트북 한 대 가격이 평균 300만원 언저리였다.
어느 모델이 인기가 많냐고 묻자 매장 직원은 "아무래도 올해 신제품이 비싼 편이어서 지난해 모델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그는 "원래 신제품이 나오면 구제품은 다 들어가는데 지금은 같이 진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제품 바로 앞에는 '갤럭시 북5 프로'를 비롯한 구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이 직원은 "최근에 노트북을 찾는 수요 자체가 많이 줄었다"며 "다른 사이트와 가격을 비교하고는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트북이 고가 제품이 되면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가격 비교하며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단 얘기다.
같은 날 방문한 테크노마트 신도림점의 중고 매장 또한 평일 점심시간대임을 감안해도 한산한 편이었다. 방문객 발길이 드문 탓에 이어폰을 꽂고 영상을 보는 직원도 더러 있을 정도였다.한 직원은 "작년만 해도 이맘때쯤 대학생들이 'LG 그램'처럼 가벼운 노트북을 사러 왔다. 원래 1~2월이 성수기인데 지금은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평일만 그런 게 아니라 주말에도 비슷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예전엔 중고 제품도 메모리를 다 업그레이드하고 판매했는데 요새는 (메모리 가격 인상 여파로) 기본 스펙 그대로 나간다"면서 "새 제품은 메모리 가격이 너무 올라 비싸니까 아예 팔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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